[대전=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우리가 봐도 놀라울 정도다"
영웅 군단의 대반격 레이스 뒤에는 마운드의 든든한 대들보이자 '살아있는 기적' 원종현(39)의 눈부신 회춘 투구가 버티고 있다. 수많은 혹사와 부상 잔혹사를 이겨내고 계약 마지막 시즌인 2026시즌 기적처럼 부활한 원종현을 바라보는 설종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얼굴에는 흐뭇함과 경탄이 동시에 묻어났다.
1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설종진 감독은 최근 마무리와 셋업맨을 오가며 필승조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 중인 베테랑 투수 원종현의 부활 비화와 함께, '베테랑 관리 매커니즘'을 공개했다.
원종현은 올 시즌 34경기에 등판해 4세이브 6홀드에 평균자책점 3.51 를 기록하며 유토와 함께 키움의 불펜을 굳건히 지탱하고 있다. 최근 7월 17일과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연달아 홀드와 세이브를 챙기며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이 구위가 순탄하게 터졌던 것은 아니다.
설종진 감독은 "시즌 들어가서 초반에는 원종현의 구속이 145㎞ 수준에 머물렀다. 구위 자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아직 몸이 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퓨처스(2군)로 내려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거기서 한 2주 동안 체계적으로 다시 몸을 만들고 훈련을 소화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주 뒤 2군 코칭스태프가 '원종현의 스피드가 다시 올라온다'고 보고해 곧바로 1군에 불렀다. 처음에는 147~148㎞가 나오더니, 계속 던지다 보니까 본인 몸이 완전히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왔는지 전광판에 150㎞가 찍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우리도 이제 슬슬 놀라기 시작했다"고 말한 설 감독은 "사실 150㎞만 던져줘도 대성공인데, 경기장에서 막 152㎞, 153㎞ 강속구를 거침없이 던지더라.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내뿜는 구위와 손끝의 힘을 보면 나도 '오늘 컨디션 최고구나'라는 걸 단번에 안다. 18일 경기에서도 원종현이 던지는 것을 보고 '상대 타자들이 저 구위를 정타로 공략하기는 절대 쉽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어 믿고 끝까지 뒷문을 맡겼다."
실제로 원종현은 이날 9회 요나단 페라자를 상대로 2구 투심패스트볼이 153㎞를 기록했다.
사실 원종현의 야구 인생은 한 편의 '인간 극장'이다. 과거 대장암 투병으로 2015년 시즌을 통째로 쉬고도 기적처럼 복귀해 리그 최고의 '고무팔 기질'을 과시하며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스리쿼터 투수 특유의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과 종으로 뚝 떨어지는 예리한 슬라이더, 그리고 포크볼을 앞세워 리그를 평정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와 혹사 여파는 피할 수 없었다. 키움 이적 이후 성적이 급락했고, 2023년부터 2025시즌까지 무려 두 번의 수술대에 오르며 구속이 크게 저하돼 야구계 안팎에서는 '이제는 사실상 몰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계약 마지막 해인 올 시즌, 원종현은 지독한 재활 끝에 최고 153km, 평균 148㎞의 불꽃 강속구를 완벽하게 되찾으며 보란 듯이 화려한 부활포를 쏘아 올렸다. 8회와 9회 가리지 않고 위기 상황마다 정면승부를 펼치는 베테랑의 뚝심은 불펜 투수들에게 엄청난 우산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설 감독은 "사실 원종현은 던지고 나서 항상 체크를 하고 있다. 본인이 던지고 나서 무거운 느낌이 들면 안된다. 어깨도 항상 체크하는 상황이다"라며 "원종현뿐만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 서건창이나 안치홍 같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있는 선수들은 항상 세밀하게 몸을 체크해 주는 것이 시즌 전체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