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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날씨 된 한국, ABS같은 매뉴얼 없으면 '우천 취소-강행' 논란 계속 될 것이다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경기. 우천 중단 직후 심판진이 그라운드 상태를 살피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7.21/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경기. 우천 중단 직후 심판진이 그라운드 상태를 살피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7.21/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동남아 날씨 된 한국, 매뉴얼이 무슨 소용인가.

비 때문에 난리다. 수해 걱정에, 습한 날씨에 국민들이 지치고 야구도 갈팡질팡이다.

2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취소됐다. 비도 비인데, 그라운드 사정이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유는 21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 경기가 중단된 후 77분을 기다려 경기가 재개됐는데 어찌저찌 경기는 끝냈지만 그 과정에서 그라운드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이다. 대형 방수포를 덮었으면, 거기서 경기를 끝냈어야 그라운드 보호가 되는데 방수포를 제거하고 다시 비를 맞으며 경기를 하는 순간 다음날 취소는 예정돼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보자. 6회초 1사 상황서 경기가 중단됐다. 홈팀 KT가 2-1로 앞서고 있었다. 중단될 때에는 비가 강했다가, 금세 잦아들었다. 일단 그라운드 보호를 위해 대형 방수포를 깔았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경기 재개를 위해 대형 방수포를 걷었을 때, 하필 비가 다시 굵어졌다. 순간적으로 다시 대형 방수포를 깔 수 없었다. 잠깐 동안 세차게 내린 비는 내야 그라운드를 적시고 또 잦아들었다.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키움의 경기. 경기 시작을 앞두고 우천 중단된 경기.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7.09/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키움의 경기. 경기 시작을 앞두고 우천 중단된 경기.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7.09/

문제는 여기다. 비가 그쳤다. 그런데 그라운드 관리팀에서는 정비를 하고 경기를 진행했다가는 당장 수일 동안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거라며 경기 진행을 말렸다. 그런데 비가 그쳤는데 만약 강우콜드패를 당한다고 하면 이를 원정팀과 원정팀 팬들 입장에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1승, 1패에 시즌 전체 농사가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게 프로의 세계인데 당장 경기를 못 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오늘 경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면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만약 홈팀 KT가 같은 상황 지고 있었다면, 대승적 차원으로 콜드패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동안 동남아시아가 날씨가 변덕스러운 지역으로 꼽혔다. 갑자기 비가 내리고, 습했다. 예보로는 알 수 없는 국지성 호우 비구름이 갑자기 생겼다, 소멸됐다가 반복돼서였다.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의 경기가 우천으로 인해 노게임 선언됐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7.22/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의 경기가 우천으로 인해 노게임 선언됐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7.22/

2~3년 전부터 한국 날씨도 거의 동남아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21일만 해도 그랬다. 예보는 하루 종일 엄청난 비가 쏟아질 거라 했다. 하지만 경기를 앞두고 구름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다 또 수원 상공 강한 비구름이 생겼다, 사라졌다. 도저히 예측 불가다.

전에는 우천 중단이 되면 예보를 보고, 레이더 영상을 확인해 상황 판단을 비교적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장마 전선, 큰 비구름의 경우 다음에 대한 예측이 쉽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지성 호우의 경우 레이더상 비구름 면적이 좁다. 조금 있으면 다른 지역으로 갈 것 같이 보이고,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런 가운데 섣불리 경기를 취소시키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취소시켰는데, 비가 뚝 그치면 지고 있는 팀 입장에서는 천불이 난다. 그런데 또 골치 아픈게, 이런 국지성 구름은 순간 엄청난 비를 뿌리니 경기 감독관도, 심판진도, 구단도 너무나 난감하다.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 4회말을 앞두고 경기가 우천 중단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04/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 4회말을 앞두고 경기가 우천 중단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04/

KT 이강철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감독자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했다. 원래 규정대로 우천 중단 시 30분을 기다리고, 그 때도 상황 판단이 안 되면 20분을 더 기다린 후 취소 여부를 결정하자는 얘기를 감독들끼리 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 것도 애매하다. 총 50분이 지난 후 비가 어설프게 내리면, 이게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는 해석의 영역이다. 지고 있는 팀 입장에서는 '왜 못 해'라고 할 수 있다.

매뉴얼이 더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한 시간 기준, 비가 한 방울이도 내리고 있으면 취소' 등과 같이 딱 정해진 틀에서 누구라도 불만이 생기지 않을 기준점이 만들어져야 할 듯 하다. 마치 ABS처럼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같이 예측불가의 기후 상황에서는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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