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 카나쿠보 유토(27)가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했다.
강력한 구위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외국인 투수로는 KBO리그 역대 최초로 단일 시즌 '두 자릿수 홀드-두 자릿수 세이브'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유토는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시리즈 2차전에서 3-0으로 앞선 7회초 무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마운드에 올랐다.
"한 점은 줘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던 유토는 강력한 볼끝을 자랑하는 최고 152km 패스트볼을 앞세워 삼성의 강타선을 압도했다. 2이닝 동안 1안타 4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시즌 10번째 홀드를 챙긴 유토는 기존 기록 중이던 12세이브와 더불어 '10홀드-12세이브'를 완성했다. KBO리그 통산 24번째이자 키움 구단 역사상 5번째, 그리고 외인 투수로는 역대 최초의 '10홀드-10세이브' 대기록이다.
과거 '끝판대장' 오승환이 KBO리그 데뷔 첫해(2005년) 최초로 달성했던 상징적인 기록의 길을 유토가 외국인 선수로서 그대로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경기 후 만난 유토는 외국인 최초 기록 달성에 대해 "진짜 했나 싶다. 경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마음은 편하다. 몸 상태가 좋고 결과도 따라주니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토의 호투 비결 뒤에는 KBO리그 타자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피칭 코스 변화가 있었다. 유토는 "시즌 초에는 일본에서 하던 대로 낮은 코스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KBO 타자들은 낮은 공을 정말 잘 치더라. 반면 높은 공을 상대적으로 어려워한다고 느꼈다"며 "지금은 높은 쪽(하이존)을 타깃으로 잡고 자신 있게 직구를 던지고 있는데 이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토의 직구는 2500 RPM에 육박하는 강력한 회전수를 자랑한다. 이에 대해 유토는 "프로 입단 초기에는 회전수가 낮았지만, 2018년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하는 과정에서 투구 폼을 수정했다. 그 이후 회전수가 대폭 올라갔고 볼끝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타자의 차이에 대해서는 "한국 타자들은 파워가 좋고 풀스윙을 많이 하는 반면, 일본 타자들은 섬세하고 컨택 능력이 뛰어나다"면서도, "상대 타자가 누구든 의식하지 않고 내 피칭에만 집중한다. 중요한 위기 상황을 이겨내면서 야구 인생 전반에 걸친 자신감이 더 쌓이고 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넘나드는 전천후 보직에 대해서도 "전혀 무리가 없고 힘들지도 않다"며 강철 체력을 과시한 유토는 "홀드나 세이브 숫자 자체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팀의 최하위 탈출을 위해 어떤 역할이 맡겨지든 무조건 무실점으로 막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원종현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 키움의 승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유토. 아시아쿼터 불펜 투수 중 단연 최고의 선수로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