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레더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구단과 면담 후 스스로 귀국을 결정한 '자진 퇴출'의 촌극이다.
나이가 들면서 무릎 상태가 악화된 게 문제다. 딱히 치료 방법은 없다. 수술 만이 해답이다. 운동을 하면 금세 물이 차오르는 증상이 가장 큰 문제인데, 수술로 물이 차지 않게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시즌 중에 수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리온스는 이미 발목 부상으로 개막 후 3주 뒤에나 합류한 레더를 계속 기다려왔다.
레더는 SNS를 통해 팬들에게 "구단이 날 퇴출시키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훈련을 거부하고, 19일 오전 면담을 신청했다. 실제로 오리온스는 제 몫을 하지 못하는 레더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퇴출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추일승 감독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시간을 조절해 주기로 했다. 리온 윌리엄스가 잘 해주고 있기에 레더는 10~15분만 뛰어줘도 고마울 따름이다. 윌리엄스도 25~30분 정도 뛸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외국인선수 둘의 기용방법을 밝힌 바 있다.
구단과 추 감독은 계속해서 레더를 설득했다. 이번주 2경기만 마치고 나면, 외국인선수가 뛸 수 없는 프로-아마 최강전 기간 동안 치료와 재활을 병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퇴출'이란 말에 발끈한 레더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레더는 조건을 걸었다. '퇴출 없이 한 시즌을 무사히 마치는 것'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레더가 조건을 내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상 그런 조건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더이상 함께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가장 속이 타들어 가는 이는 추일승 감독이다. 팀의 중심인 최진수와 김동욱이 잇달아 부상으로 이탈한 데 이어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던 레더마저 팀을 떠났다.
23일 LG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추 감독은 "본인 스스로 자신의 무릎 상태에 대해 용납이 안 됐던 것 같다. 하지만 함께 하자고 하는데도 팀을 이탈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체 외국인선수도 마땅치 않다. 원정 오기 직전에 그런 말을 하면 어쩌나. 시간이 없어 대체 선수는 생각도 못해봤다. 우리가 2라운드를 빨리 마쳤으니 이제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