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판정 갈등, 해법은 없을까

최종수정 2013-01-17 06:28

프로농구 전주 KCC와 부산 KT의 경기가 9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졌다. 전창진 감독이 심파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전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1.09/


부산KT와 안양KGC의 2012-2013 프로농구 경기가 18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렸다. KGC 이상범 감독이 주심에게 어필을 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0.18/

소통은 몸 안의 혈액 흐름과 같다. 기나 긴 혈관 중 딱 한군데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큰 탈이 난다. 불통 원인은 바로 사소한 오해와 불신으로 걸쭉해진 혈전이다.

소통 단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서로가 손해라는 사실을 알지만 충돌을 피하지 않는다. 미운 상대에 대한 양보는 곧 자존심에 생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결국 둘 다 죽는 치킨 게임이 된다. 프로농구 심판과 구단이 날을 세우고 있다.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일촉즉발 위험한 수위다. 판정 문제가 불거질수록 점점 더 오해가 커지는 악순환 상황. 툭하고 건드리면 뻥하고 터질 기세다.

최근 일련의 사건에는 다소 '감정적'인 측면이 섞여 있었다. 미해결 상태인 KGC 선수에 대한 심판 욕설 주장 사건. KT 전창진 감독에 대한 심판의 "왜요?" 사건. 사실 어찌보면 별 거 아닐 수 있었던 일들이 확대돼 일파만파로 커진 경우다. 뉘앙스 차이다. 똑같은 욕설이라도 어떤 톤으로 했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왜요?" 역시 어떤 투로 말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어떻게 내뱉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당사자 간 문제다. 결국 서로 불신이 있고 감정이 안좋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하고 싶은 말, 서로 많을게다. 감독과 선수들은 심판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심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권위적이라는 거다. 심판도 할 말 있다. 감독들이 어필할 상황이 아닌데도 다른 목적을 위해 판정을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후배라는 이유로 심판에게 반말로 제압하려는 태도도 기분 나쁘다. 선수들은 할리우드 액션을 하며 수시로 눈속임을 시도한다고 믿는다.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작은 혈전. 일찍 발견해 녹이면 된다. 문제 해결은 사소한 데 있다. 현장의 목소리. 단순하다. 어쩌면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다.

벤치나 선수들은 '심판도 사람'이란 명제를 인정한다. "정말 열심히 보다가 놓칠 수 있다. 그건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농구는 가장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중 하나다. 심판은 경기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따라 끊임 없이 몸을 움직이며 주시해야 한다. 깜빡하는 순간 놓치거나 잘못 보기 쉽다.

문제는 두가지다. 첫째, '이게 최선입니까'에 대한 답이다. 심판이 진짜 열심히 봤는데도 오심을 저질렀을까하는 문제에 대해 벤치와 선수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감독들은 심판들의 '예상 판정'을 지적한다. "동작이 있기 전부터 미리 예측해 판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선수들의 동작을 끝까지 보고 판정해야 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특히 흐름을 좌우하는 승부처에서 예측 판정이 나오면 속이 뒤집어진다"고 말한다.

둘째, '오심 이후' 사후 처리 문제다. "너무나 명백한데도 오심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불만의 핵심이다. "그냥 '순간 놓쳤다'고 인정하면 대부분 감독이 넘어갈 수 있는데 그냥 입을 다물고 가버린다. 무시당한 느낌? 그래서 화가 더 난다"고 주장한다. '보상 판정'도 문제다. 오심은 심판 자신이 가장 먼저 안다. 속으로 아차한다. 그걸 마음에 꺼림칙하게 담아두고 있다가 나중에 피해를 본 구단에 유리한 판정을 한다. 감독들은 "오심이 나올 수 있다. 인정이 먼저다. 그 순간 깨끗하게 인정하고 넥스트 플레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보상 판정은 한 없는 불신만 낳는다"고 말한다.


반면, 벤치나 선수들도 심판의 권위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선 말투부터 바꿔야 한다. 감독들은 후배 심판이라도 경어를 써야 한다. 경기 중에는 후배이기 이전에 코트 위의 판관, 심판이기 때문이다. 농구 코트는 관중석이 가깝다. 근접 중계가 이뤄진다. 서로 존중하는 말투는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선수는 불필요한 할리우드 액션은 줄여야 한다. 벤치도 어필을 내부 결속이나 흐름 변화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수록 양쪽 모두 손해인 비 합리적 선택을 하게될 확률이 커진다. 치킨 게임의 끝은 파국이다. 깨진 판 위에 승자는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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