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프레스센터에서 제32대 농구협회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방 열 총장. 정현석 기자
한국 농구는 위기다. 국내적으로는 인기가 없다. 국제적으로는 성적이 안난다. 프로-아마 간 단합도 안된다. 구단은 이기적이고, 아마(대한농구협회)와 프로(KBL, WKBL) 대표 단체는 조율 능력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알량한 자존심 싸움까지 벌인다. 대표팀 구성 때마다 삐그덕거린다. 근시안적인데다 실력마저 없으니 국제대회 성적을 바라는 건 요행수다. 국제 대회 부진은 국내 농구 인기 침체를 심화시키는 부메랑이다. 그러다보니 부모는 선뜻 자식을 농구 시키기 두렵다. 근간이 흔들린다. 안되는 집안의 전형, 악순환이다. 당장 내년 인천에서 열릴 아시안게임(2014년 9월19일~10월4일)는 당면과제다. 개최국으로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는 망신 당하기 딱 좋다.
기로에 선 한국 농구. 중차대한 시기에 아시안게임을 포함, 국제대회를 주관해야 할 대한농구협회가 수장 선거를 앞두고 시끌시끌하다. 현 이종걸 회장 체제에 농구인들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원로 농구경기인 출신들이 주축이 된 가칭 '한국농구 중흥을 염원하는 농구인 모임'은 무능을 이유로 현 집행부 사퇴를 촉구한데 이어 차기 협회장 후보를 추대했다. 원로 농구인 방 열 건동대 총장(72)이다. 경복고-연세대 출신 방 총장은 1960년대 초 국가 대표로 활약했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1988년 서울올림픽 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를 거쳤고, 1993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행정가로도 활약했다. 방 총장이 차기 농구협회장에 선출될 경우 경기인 출신으로는 사실상 첫 협회장에 오르게 된다.
방 열 총장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제32대 대한농구협회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 일성은 '바닥까지 추락한 한국농구의 중흥'이었다. "한국농구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중흥의 계기를 만들고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한 방 총장은 "경기력 향상이 가장 큰 과제로 메달 획득을 통해 한국농구의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구체적 실천 방안도 마련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그동안 장기적 안목 없이 대회마다 그때그때 (대표팀을) 뽑으면서 시행 착오가 많았다. 협회는 프로단체들과의 협의와 분업을 통해 분명한 목표에 따라 주도적으로 대회를 준비해 나갈 것이다. 남·녀 모두 상비군을 조직해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생각"이라고 구체적 플랜을 밝혔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프로 단체들과의 알력 문제에 대해서 방 총장은 "마음을 비우면 된다. 외교적 문제 등 협회가 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 일들과 인적·물적 지원 등 프로 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선수 차출 등에 있어 걸림돌이 되던 구단의 회피 문제에 대해서는 "구단과의 조율을 통해 수당과 보험 문제를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심판 자격 논란에 대해서는 "심판 사관학교를 만들어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고, 협회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스폰서 유치를 통한 국제대회 적극 유치와 농구인 펀드, 도네이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나가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방 총장의 협회장 출마는 현 집행부에 대한 비판과 혁신 요구로부터 출발했다. '농구인 모임' 측은 각종 공약 불이행과 심판 비리 등 국제대회 위상 추락 등을 이유로 대한농구협회 이종걸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바 있다. 방 총장은 "이종걸 회장 임기중인 2007년~2012년까지 6년간 집행된 예산이 약 212억원이다. 효율적으로 운영됐다면 전용체육관도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방 총장은 "이종걸 회장의 출마를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농구가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변화를 선택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농구협회장 선출은 오는 2월5일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열리는 대의원 총회에서 이뤄진다. 24명 대표자의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