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감독 '구단주 선물양복' 챙기는 이유

최종수정 2013-03-26 10:17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의 2012-2013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4쿼터 문태종이 3점슛을 성공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25/



"그 양복, 절대 잊어버리며 안돼."

늦은 저녁식사를 하던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느닷없이 '양복타령'을 했다.

25일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친 뒤였다. 홈에서의 1, 2차전을 승리한 전자랜드는 27일 서울 잠실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전자랜드는 서울 원정경기를 맞아 잠실체육관에서의 훈련을 위해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원정길에 오르기 위한 짐을 챙길 때 '그 양복'을 잊어버리지 말고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는 자기주문이었다.

"호텔에서는 일반 세탁소보다 처리기간이 빠르기 때문에 드라이크리닝을 맡겨도 하루 만에 입을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는 유 감독의 표정은 명절 때때옷을 받은 어린아이 같았다.

유 감독이 '그 양복'을 애지중지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 양복'은 '구단주의 양복'이었다.

전자랜드의 홍봉철 구단주는 이번 6강 PO 개막을 앞두고 코칭스태프 전원에게 양복 한 벌씩을 선물했다고 한다. 벤치에 앉는 스태프 가운데 선수를 제외한 모두에게 '구단주의 양복'이 안겨졌다.


유 감독은 6강 1차전때 코치들과 함께 '구단주의 양복'을 맞춰 입고 경기에 임했다가 기분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선물받은 양복의 효과를 본 것이다.

흔히 프로 스포츠에는 다양한 징크스 가운데 속옷, 넥타이 등 옷과 관련된 징크스들이 자주 등장한다. 유 감독은 징크스 같은 것을 만들거나 믿는 성격은 아니지만 구단주의 양복을 입고 승리했으니 더욱 기뻤다.

2차전때는 다른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한 경기를 치르면 땀으로 범벅이 되기 때문에 매경기 치를 때마다 양복을 갈아입는다는 게 유 감독의 설명이다.

그래서 3차전때 반드시 입고 출전하기 위해 '구단주의 양복'을 가장 먼저 챙겨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세탁부터 맡기겠다는 것이다.

결국 3차전에서 끝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 감독은 "4강전에서 모비스같은 강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최대한 아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전자랜드는 당초 원정 숙소인 리베라호텔에서 3박 일정으로 묵기로 했다가 갑자기 하루만 자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3박을 하면 29일 4차전까지 가는 것에 대비한다는 의미였다.

전자랜드는 "인천과 먼거리도 아니고 선수들이 구단 숙소를 편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지만 길게 갈 것없이 3차전으로 끝내겠다는 의지를 여기서도 내비친 것이다.

유 감독과 전자랜드에게 구단주의 양복은 또다른 의미가 있다. 전자랜드 구단은 모기업이 올시즌까지만 지원을 하겠다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 다른 인수기업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구단주가 농구단 지원 철회를 선언하면 과거 코리아텐더처럼 '사고구단'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한국농구연맹(KBL)의 지원금을 포함해 정상적인 구단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구단주가 전자랜드 구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마음을 접을 것도 아니다. 이런 가운데 홍 구단주는 양복 선물을 하며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농구에 대한 애정때문에 사재를 털어 지난 10년간 전자랜드를 이끌어왔던 구단주였다. 그런 그였기에 6강 PO에 진출한 정도를 가지고 다른 구단과 달리 양복을 선물한 것이다.

유 감독은 양복 한 벌에 또다른 희망 메시지를 봤다. "우리는 4강을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가야 한다. 그래야 구단주의 마음을 돌려서 양복보다 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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