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드러내는 유재학 호, 극대화되는 압박과 함정

최종수정 2013-06-25 13:28

진천선수촌에서 전자랜드와의 연습경기가 끝난 뒤 유재학 감독이 김종규에게 순간적인 골밑수비에 대해 지적하는 장면. 진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유재학 감독이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당시 한국은 결승전에서 중국에게 분패했다. 많은 성과가 있었다.

당시 라스베이거스 전지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다졌다. 수비는 '구제불능 수준'이었던 이승준의 재발견이 있었다. 수비와 리바운드 뿐만 아니라 속공에 적절히 가담하며 팀 공헌도를 높혔다. 이규섭과 김성철 등 장신 슈터들도 제 몫을 했다. 당시 컨셉트는 철저한 분업이었다. 한마디로 잘하는 것만 시켰다. 나머지는 금지였다.

당시 대표팀이었던 이규섭은 "(이)승준이에게 감독님은 수비와 리바운드, 그리고 속공만 하라고 하셨다. 만약 1대1 골밑 공격을 하면 가차없이 빼버리셨다. 나나 (김)성철이 형도 2대2 플레이를 금지시켰다. (조)성민이만 2대2 플레이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승준과 이규섭 등은 재평가를 받았다. 확실히 수비가 강해졌고, 효율적인 공격을 했다.

그리고 유재학 감독은 두번째 국가대표팀을 맡았다. 다음달 존스컵에 나간 뒤 8월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번 컨셉트는 좀 다르다. '압박과 함정'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없이 엔트리 12명을 모두 활용하는 체력전이 기본. 여기에 쉴새없는 압박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트랩 디펜스가 가장 주요한 무기다. 한마디로 조직력을 극대화해서 나가겠다는 의미.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확실한 득점원이나 플레이어가 없는 상황이다. 대표팀 선수 모두 고만고만하다. 그렇다고 주전과 비주전을 구분할 정도로 백업멤버들의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천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대표팀. '압박과 함정'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승준과 문태영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혼혈선수는 1명밖에 뛸 수 없다는 FIBA 규정 때문이다. 문태영은 대표팀이 필요로 하는 공격력을 갖춘 선수. 하지만 압박의 능력은 떨어진다. 이승준의 경우 수비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공권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 적절하게 쓴다면 압박용 카드로는 매우 좋다.


유 감독은 "존스컵을 통해 두 선수가 얼마나 기존 선수와 조화롭게 뛰는 지를 볼 것이다. 단순히 골밑 보강(이승준)이나 공격 보강(문태영)의 차원이 아니라 압박이라는 팀 컨셉트에 맞추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최종적으로 승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프로농구에 가세하는 경희대 빅3 중 김종규와 김민구가 대표팀에 합류해 있다. 김민구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공격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유 감독은 좋은 평가를 내렸다. 특유의 템포조절을 하면서도 공격적인 농구를 한다는 의미. 하지만 수비력은 떨어진다. 실제 24일 진천에서 가진 전자랜드와의 연습경기에서 순간적으로 상대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김민구 수비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수비하는 방법을 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년 전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뽑혔던 김종규는 최종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높이와 스피드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찬사를 들었던 김종규다. 여전히 위력적인 높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골밑공격과 수비의 세밀함은 부족하다. 유 감독은 전자랜드와 연습경기가 끝난 뒤 10분 간의 짧은 수비훈련을 시켰다. 골밑에서 세밀한 움직임이 부족했던 김종규를 타깃으로 한 훈련이었다. 스크린 과정에서 자신의 마크맨과 돌아나가는 상대 공격수의 헤지(돌아나가는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순간적인 도움수비)의 밸런스에 관한 연습이었다.

둘은 대표팀에서 유용한 자원이다. 기본적으로 수비력에 약점이 있다. 그 약점을 메우기 위한 과정에 있다. 이 부분만 극복한다면 대표팀 '압박과 함정'에 매우 유용한 도움이 될 카드다.

대표팀 분위기는 매우 좋은 편이다. 양동근과 조성민은 "몸 컨디션만 올라오면 된다"고 했다. 김태술(목부상 2~3일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과 이종현(광대뼈 골절. 웨이트에 주력하고 있다)이 부상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유 감독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13명의 존스컵 명단이 확정됐지만, 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 감독은 "고려대 문성곤은 1경기에서 항상 2~3개씩 꽂아주는 장신슈터(1m95)다. 상황에 따라 그가 다시 합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일단 실제로 대표팀에 장신슈터가 필요하다. 중국과 중동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같은 전투력이면 키가 큰 자원이 필요한 게 사실. 여기에 수비에 강조점을 맞추고 있지만 공격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슈터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게다가 문성곤 카드를 이용해 대표팀 경쟁의 긴장감을 이어가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그동안 프로농구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 시즌에는 승부조작혐의로 현 감독이 구속되기도 했다. 장기적인 플랜이 없는 KBL의 무능함의 여전하다. 때문에 진천에 있는 대표팀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농구팬은 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에 은근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경쟁해야 할 아시아권의 중국과 중동세는 이란을 제외하고 조직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대표팀은 압박과 함정이라는 조직력의 극대화를 통해 이들과 맞서려 한다. 그런 측면에서 첫 단추는 잘 끼워져 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유 감독은 착실하면서도 섬세하게 보강작업을 하고 있다. 진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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