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이상범 감독, "물가에 애 내놓은 듯" 왜?

기사입력 2013-10-24 10:39



"꼭 물가에 애를 내놓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제 자신이 그걸 극복해야 하는데…."

KGC 이상범 감독은 고민이 많다. 개막 후 5연패 끝에 거둔 1승, 단순히 성적에 의한 고민은 아니었다.

KGC엔 'BIG 3'라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지난 2011-2012시즌 우승을 이끈 김태술과 양희종, 오세근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풀타임 소화가 힘들다. 출전시간 조절이 필요하다.

김태술은 개막 직전 발목 부상을 입어 4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양희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아직 100% 몸상태가 아니다. 발목 수술 이후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오세근은 속도가 더욱 더디다.

KGC는 우승 주역인 가드 박찬희 이정현이 모두 상무에 입대해 있다. 빅3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지만, 반대로 이들의 컨디션이 최악이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 반드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아프니 답답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은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이들의 선수인생을 망쳐서는 안된다는 생각 뿐이다. 23일 역대 최다연승 신기록(17연승)을 달성한 모비스를 꺾으면서 5연패 후 가장 늦게 첫 승을 신고했지만, 기쁨 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이 감독은 경기 후에도 "오늘 애들을 너무 많이 썼다. 승리해서 축하도 하고 싶고 기분도 좋지만, 제2의 부상이 먼저 걱정된다. 애들이 갑자기 넘어지기라도 하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안양 KGC와 울산 모비스의 2013-2014 프로농구 경기가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KGC 오세근이 모비스 함지훈의 수비를 피해 점프슛을 시도하고 있다.
안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23/
이날 김태술과 양희종은 나란히 28분 51초, 오세근은 17분 54초를 뛰었다. 앞선 경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게 많이 내보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앞선 경기보다 오늘 좀 많이 기용한 느낌"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사실 농구는 한 두명이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스포츠다. KGC의 빅3 정도 되는 선수들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감독은 이들의 기용을 두고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 욕심을 부리고 싶다가도, 선수의 미래만 생각하면 앞이 컴컴해진다.

그는 "그동안엔 흐름이 오면 빼줬다. 오늘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좀더 투입한 것 같다. 그런데 내보내면서도 불안하더라. 다들 체력도 안돼 있고, 몸도 밸런스를 못 잡고 있다. 큰 부상이 올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작년도 그렇고 부상이 계속 되니 '혹시', '혹시'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마치 물가에 애를 내놓은 기분이다. 내 자신도 그걸 극복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매번 흐름이 왔는데 빼버릴 때가 많다. 또 흐림이 올 때 교체를 위해 타임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분위기가 넘어온다면, 밀어붙이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 감독은 타임을 부르고 흐름을 스스로 끊을 때가 있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걸 알기에 괜히 무리하다 부상이 올까봐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 자리에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종이 한 장 차이 같은 욕심과 배려, 이 감독은 여전히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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