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졌잖아요" 이 악물고 뛴 박혜진의 설욕전

기사입력 2013-12-15 20:54



"더 큰 선수가 되려면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15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전을 앞두고 슈터 박혜진을 따로 불렀다. 위 감독은 의기소침해있을 박혜진에게 평소 호랑이 같은 모습이 아닌, 따뜻한 아빠 같은 모습으로 다가갔다. 위 감독은 "전설의 슈터이던 이충희 선배님(현 남자프로농구 동부 감독)도 선수시절 그렇게 잘나갈 때 무득점을 한 경기가 있다더라. 너도 위축될 필요 없다"고 격려했다.

위 감독이 평소와 달리 박혜진을 따로 불러 힘을 준 이유가 있었다. 양팀은 불과 사흘 전 안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에 71대74로 패하며 개막 후 이어오던 9연승 행진이 깨졌다. 언제까지 이길 수는 없다. 질 수도 있다.

그런데 박혜진에게 충격이 전해진 경기였다. 최종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이 접전이었다. 임영희, 양지희, 사샤 굿렛 등 다른 주전급 선수들은 두자릿수 득점을 하며 힘을 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주전 슈터 박혜진은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불과 5득점에 그쳤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평소 득점이 많지 않았던 매치업 상대인 김규희가 이날 10득점이나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여린 여자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 때문에 팀의 대기록이 깨졌다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위 감독에게는 연승 기록이 깨진 것도 문제였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한은행과 곧바로 백투백 매치를 벌였다. 이 경기를 내준다면 2위 신한은행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해 시즌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이기려면 박혜진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위 감독은 당근책을 꺼내들었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위 감독은 "국가대표도 되고, 팀 우승을 이끌기도 해 다른 팀에서 견제가 심해졌다. 박혜진이 더 큰 선수가 되려면 지금의 견제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했다. 위 감독은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선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런 위 감독의 당근책이 완전히 성공했다. 박혜진은 1쿼터부터 눈에 독기를 켜고 달려들었다. 슈팅에 자신감이 넘쳤다. 1쿼터에만 3점슛 2개 포함, 혼자 9점을 터뜨렸다. 위 감독은 "백투백 매치는 앞 경기 진 팀이 다음 경기 초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기 초반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는데 박혜진이 활발하게 공격을 이끌어주며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1쿼터 뿐 아니었다. 2쿼터 6점을 보태며 상대 슈터 조은주(15득점)와의 기싸움에서 앞서나간 박혜진은 이날 혼자 20득점을 성공시키며 팀의 68대60 승리를 이끌었다. 3점슛은 3개, 자유투는 5개를 던져 모두 성공시켰다. 대단한 집중력이었다.


경기 후 만난 박혜진은 마음의 짐을 던 듯 밝게 웃으며 "다른 동료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 지난 경기를 나 때문에 패한 것 같아 자책감이 심했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이를 더 악물고 열심히 뛰었다. 감독님의 따뜻한 조언이 도움이 됐다"며 "오늘 한 경기 잘했다고 해서 만족하지는 않겠다. 아직 경기 리딩 등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많다.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겸손한 자세에서부터 아픔으르 딛고 한 단계 더 발전한 박혜진의 모습이 엿보였다.


춘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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