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이적생' 최희진, "전 8년차 신생아"

최종수정 2013-12-17 10:38

삼성생명 최희진. 사진제공=WKBL

"희진이는 이제 시작이잖아요."

처음으로 수훈선수 인터뷰에 나선 한 선수를 바라본 삼성생명 베테랑 가드 이미선의 한 마디. 삼성생명 포워드 최희진(26)은 이적 후 세 경기만에 처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프로 데뷔 8년만에 처음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볼은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최희진은 지난 1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과의 3라운드 첫 경기에서 3점슛 3개 포함 13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13득점은 최희진의 프로 데뷔 최다득점 신기록. 데뷔 8년차인 그녀가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었다.

지난 4일 1대1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데뷔 후 줄곧 신한은행에서만 뛰었던 그녀에게 이적은 큰 사건이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8년 동안 생활했던 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많이 났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적은 곧 기회였다.

사실 최희진은 신한은행에서 자리가 없었다. 김단비 김연주 조은주 등 슈터가 즐비한 신한은행에서 기회는 오지 않았다. 결국 선수의 앞길을 열어주고자 한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의 배려로 삼성생명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반면 삼성생명은 슈터가 필요했다. 박정은이 은퇴 후 지도자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렇다 할 슈터가 없는 게 약점이었다. 고비 때 3점슛을 넣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은 수년 전부터 최희진을 주시하고 있었다. 자질은 있는데 두터운 선수층 속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최희진을 꼭 데려오고 싶었다. 몇 차례의 트레이드 논의 끝에 결국 최희진 영입에 성공했다.


삼성생명 최희진이 1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과의 홈경기에서 경기 막판 승기가 확실해지자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WKBL
이 감독은 최희진에게 "부담 갖지 말고 경기에 임해라. 수비나 궂은 일부터 하고, 찬스가 오면 부담 없이 쏴라"고 말해줬다. 선배이자 코치인 박정은 코치는 매일 최희진을 붙잡고 슈팅연습을 돕는다. 13득점을 올린 이날 역시 "너무 뻣뻣하다. 자세를 낮추고 쏴라"는 박 코치의 조언이 통했다.

최희진은 프로 통산 최다득점을 올린 데 대해 "득점을 떠나서 이적 후 더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감독의 믿음은 크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최희진에게 충분히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적 후 첫 경기였던 지난 7일 KB스타즈전에서는 아예 40분 풀타임을 뛰게 했다. '여기선 마음껏 뛰어라'는 이 감독의 메시지가 있던 하루였다. 최희진은 경기에 많이 나서지 않아 체력적으로 힘에 달렸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프로 8년차 만에 처음 풀타임을 소화했다. 3점슛 2개 포함 12득점으로 마음껏 날았다. 최희진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믿고 내보내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 힘든 것보다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끝나고 나니 진이 다 빠지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느덧 중고참 반열에 접어들 나이다. 젊은 선수로 물갈이된 삼성생명에선 이미선과 김계령, 정아름 다음으로 최고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최희진은 "농구 인생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꼭 잡아야 한다. 선수는 경기에서 뛰어야 하니 독한 마음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최희진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마음껏 세리머니를 했다. 그동안은 세리머니를 할 기회도, 그런 틈도 없었다. 하지만 4쿼터 배혜윤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내준 뒤 득점에 성공하자,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최희진은 "나도 그런 세리머니가 나올 줄 몰랐다. 슛만 쏠 줄 알았지, 어시스트가 될 줄 몰랐다.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표현이 된 것 같다"며 "그동안 그런 세리머니를 보면 '아, 나도 하고 싶다'는 간절한 느낌이 있었다. 이제 많이 나오지 않을까. 난 아직 '신생아'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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