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추가징계 배경과 KBL의 무개념

기사입력 2013-12-17 16:05


프로농구연맹(KBL)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SK 애런 헤인즈의 비신사적행위에 대한 심의를 위한 재정위원회를 개최했다.KBL은 15일부터 보고서 및 비디오 분석을 통해 헤인즈의 과격플레이를 조사했으며 재정위원회를 통해 징계수준을 논의한다.
헤인즈는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경기중 속공 과정에서 공과는 상관없이 코트로 돌아가는 김민구를 왼팔로 가격해 쓰러뜨렸다.
SK 문경은 감독과 헤인즈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농구팬들과 KCC 김민구 선수에게 사과하고 있다.
논현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2.16/

SK 애런 헤인즈의 고의적인 충돌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행동이었다. KCC 김민구는 무방비 상황에서 당했다.

그리고 KBL(한국농구연맹)은 16일 긴급 재정위원회를 열어 2경기 출전정지 및 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성난 여론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들끓었다. SK 문경은 감독과 헤인즈가 공개사과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대부분의 농구관계자들도 "너무 약한 처벌"이라고 했다. 고심 끝에 SK는 17일 '3경기 추가 징계'라는 극약처방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궁금한 점 하나. 왜 KBL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을까. 이 결정은 한선교 총재와 KBL 재정위원회의 의중이 당연히 반영된 결론이다. KBL 안준호 경기이사는 '헤인즈에 대한 징계기준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고 하자 "비신사적인 행위로서는 최고 수준의 징계"라고 했다. 이것이 KBL 결론의 핵심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해는 가지 않는다. 농구관계자와 농구팬들의 기준과는 괴리가 분명히 있다. NBA의 유사한 사건이 있다. 많이 알려진 메타월드피스의 7경기 출전 정지다. 2012년 4월23일(이하 한국시각) 당시 LA 레이커스 소속인 메타월드피스는 오클라호마시티전에서 제임스 하든을 가격했다. 덩크를 한 뒤 세리머니를 하던 그의 팔꿈치가 무방비 상태의 하든 후두부를 강타. 하든은 뇌진탕 증세를 일으켰다. NBA 사무국은 고의성이 짙은 행동이었다고 판단, 7경기 출전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데이비드 스턴 총재는 "우리는 선수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시 메타월드피스는 "세리머니 도중 일어난 일이다.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고 했지만, NBA 사무국은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즉, 무방비 상태에 있는 어떤 코트 내 폭력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결정이었다. 당시 팔꿈치를 사용한 행위에 대한 가장 무거운 처벌.

헤인즈는 완벽히 고의였다. 무방비의 김민구를 쓰러뜨렸다. 그런데 KBL은 과거 사례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2002~2003시즌 SK빅스 최명도가 김승현의 얼굴을 가격, 3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KCC 정재근이 삼성 박성훈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해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약간 다르다. 그 밑바탕에는 선수들끼리의 치열한 신경전이 있었다. 무방비로 당한 김민구의 케이스와는 성질이 다르다. 게다가 이 당시에도 '너무 가벼운 징계'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KBL의 논리는 이같은 과거사례가 기준점이다.


한마디로 KBL 고위 수뇌부들은 현 사태에 대한 심각성과 균형적인 시각을 상실했다. 그들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개념에 가까운 행정이다. 코트 안의 선수보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그냥 날려버린 것이다. '솜방망이 여론'이라는 비난이 들끓는 핵심적인 이유다.

SK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헤인즈의 행동에 대해서는 입에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SK다. 당연히 SK 프런트나 문경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입장은 너무나 곤혹스러워진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차라리 가혹한 징계를 달게 받고 다시 시작하는 게 SK 입장에서는 훨씬 더 홀가분하다.

때문에 SK는 고심끝에 '3경기 추가 징계'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 부분은 합리적이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다. KBL의 징계에 대해 구단 자체적으로 추가 징계를 내린 사례는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즉, SK의 추가징계는 KBL이 무너뜨린 명확한 선수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결정이다. 한마디로 의미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여전히 말들이 많다. '왜 먼저 구단 자체 징계를 내리지 않았냐'는 비판은 타당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중대한 사안에서 구단 내 의사결정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SK의 추가징계에 대해 '앞으로 스케줄을 볼 때 헤인즈의 5경기 출전정지는 선두경쟁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SK는 이같은 부분까지 고려했다'라는 비판도 많은 힘을 얻고 있다.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비스, LG같은 강팀과의 일정을 피했다는 이유.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비논리적이다. 선두경쟁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상향평준화됐다. SK가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풍부한 선수층과 헤인즈의 결정력 때문이다. 헤인즈가 빠진다는 것은 5게임이 모두 위험하다는 의미. SK는 올 시즌 7패를 했다. 그 중 두 차례 진 동부와 한 차례 패한 삼성전이 추가 3경기 징계에 포함돼 있다.

헤인즈의 행동은 묵과할 수 없다. KBL은 적절한 징계를 내리지 못하며 사태를 더욱 키웠다. 하지만 SK의 추가 징계는 의미가 있다. KBL은 SK의 대처를 보며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헤인즈 사태'의 교훈과 핵심은 여기에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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