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94의 슈팅가드를 본 적이 있는가.
미국프로농구(NBA)라면 2m에 육박한 슈터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한국프로농구의 현실은 다르다. 보통 슈팅가드, 즉 2번 포지션을 맡는 선수들의 키는 아무리 커야 180m 후반대인게 보통이다. 최근에는 장신슈터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키가 작은 선수들의 장거리슛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드리블 능력도 차이가 난다. 슈팅가드들도 포인트가드 못지 않은 드리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오리온스가 최근 이런 파격을 깨며 재미를 보고있다. 이른바 슈팅가드의 장신화다. 추일승 감독의 새로운 포워드 농구가 오리온스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있다.
오리온스는 KT와의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확실히 달라진 팀 컬러를 구축했다. 이른바 포워드 농구다. 포인트가드 이현민과 한호빈 정도를 제외하면 코트에 장신의 라인업이 들어선다. 그 핵심은 2m가 넘는 세 명의 빠르고 힘이 넘치는 포워드들이다. 앤서니 리처드슨-최진수-장재석으로 이뤄진다. 세 사람 모두 정통 센터는 아니지만 스피드와 점프력, 그리고 협력 수비를 통해 상대 센터라인을 봉쇄할 수 있다. 세 사람이 수비에서만 버텨준다면 공격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특히, 발이 느린 센터를 가진 팀들이라면 이들의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 없고, 세 사람의 스피드를 의식해 조금이라도 높이를 낮춘 라인업을 가동한다면 세 사람의 높이에 당하고 만다.
문제는 이 세 선수의 조합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 장신의 포워드 한 명이 더 투입될 수 있다. 김동욱, 허일영, 성재준 등이 그 좋은 예다. 김동욱이 1m94, 허일영과 김도수가 1m95다. 이 중 1명만 코트에 투입되더라도 4명의 장신 포워드들이 한꺼번에 코트를 누빌 수 있다. 높이에 있어 엄청난 이점이다.
중요한 건 이들의 작전수행능력. 이들이 상대 슈터들과 매치업을 해야한다. 일단 공격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해 이득을 본다. 오리온스는 최근 김동욱을 슈팅가드 포지션에 투입하며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1대1 공격을 시켜 재미를 봤다. 이는 김동욱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힘과 드리블 능력, 자신에게 도움수비가 왔을 때 공을 빼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수비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동욱 스스로도 "마음먹고 따라간다면 상대 슈터들 수비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김도수도 짧은 시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은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스타일이고, 허일영도 상무에서 개인기를 장착해왔다.
오리온스는 7연승을 달리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을 눈앞에 두고있다.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온갖 전술이 동원되는 플레이오프 특성을 감안했을 때 오리온스의 장신 2번 투입 작전을 꽤 쏠쏠한 작전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 막판 승부처, 무조건 득점이 필요한 경우 가장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더 작은 선수를 상대로 1대1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리온스가 팀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로 이 미스매치의 이득만을 쫓지 않으니 강팀이 될 수 있다. 정상적인 로테이션이 필요할 경우, 수비로 굳히기에 나설 경우 센터 리온 윌리엄스를 투입해 수비를 강화하고 앞선에 두 명의 가드로 상대 숨통을 조일 준비도 하고 있기에 오리온스의 이 변칙 라인업이 힘을 얻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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