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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결정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분위기가 일순간 돌변했다. 당사자들은 죽을 맛이지만, 보는 이들은 흥미롭다.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이 펼치고 있는 여자 프로농구 3위 싸움 얘기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8일 하나외환전에서 연장전 끝에 75대72로 승리하면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이어 KDB생명에 1점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고 KB스타즈와 신한은행을 3~4점차로 꺾으며 승부처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새 올 시즌 팀 최다인 4연승을 기록중이다.
두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한 장본인은 외국인 선수다. 삼성생명이나 KB스타즈 모두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샤데 휴스턴이 펄펄 날고 있는 반면 KB스타즈는 모니크 커리가 부진에 빠졌다. 당연히 팀 성적과 직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 한동안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샤데는 잠시 부진에 빠졌다가 살아나는 모습이 역력하다. 4연승을 하는 과정에서 평균 18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중이다. 4경기 중 3경기에선 더블더블을 올릴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반면 시즌 평균 20.63득점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커리는 3경기 연속 부진에 빠졌다. 3연패 하는 경기에서 공교롭게 모두 8점씩에 그쳤다. 또 2경기에선 4리바운드에 그쳤다.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득점은 팀 패배로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기록보다 더 차이가 나는 것은 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이다. 샤데는 지난 15일 KB스타즈와의 맞대결에서 커리와 부딪혀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밀리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17일 신한은행전에서 임시 안면보호대까지 차고 나와 21득점-12리바운드를 올렸다. 어지간한 외국인 선수들은 조그마한 부상만 당해도 경기를 뛰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기에 샤데의 투혼은 동료들에게 큰 귀감이 됐음은 물론이다. 스스럼없이 동료들과 어울리고, 동료들 덕에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며 스스로를 낮추는 등 팀워크를 중시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커리의 경우 타고난 득점력에도 불구, 경기별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기분파'라 종잡기 힘들다. 특히 초반에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가질 경우 태업을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KB스타즈 서동철 감독은 9일 KDB생명전에 이어 15일 삼성생명전에서도 커리의 불성실한 태도를 질타했다. '포커페이스'를 하지 못하고 심지어 동료들에게까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좋지 않는 버릇도 나왔다. 그러다보니 야투 시도 횟수와 적중률이 한꺼번에 떨어졌고, 팀워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좀처럼 골밑에 들어가 몸싸움을 하지 않고, 혼자서 외곽 플레이를 고집하는 것도 여전하다.
결국 KB스타즈가 삼성생명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선 커리의 부활이 절대적이다. 반대로 삼성생명은 샤데의 능력치를 더 끌어내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숨막히는 3위 쟁탈전은 시즌 막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