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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축 선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고 하지만, 1.5진이라는 중국도 충분히 강했다. 젊은 팀 구성으로 스피드와 높이 모두를 갖춘 팀이었다. 하지만 실력과 노련미, 그리고 패기까지 갖춘 한국을 넘어설 수 없었다. 한국은 2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중국에 80대61로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순히 체력전이 아니었다. 선수를 바꿀 때마다 수비도 바뀌었다. 맨투맨을 기본으로 2-3 변형 지역방어, 1-3-1 지역방어 등 한국 선수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수비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변연하(2개) 이경은(1개) 등이 3점포를 터뜨리자 지역방어도 무너졌다.
중국은 여전히 인해 전술. 대신, 한국에 여러 차례 3점포를 허용하자 지역 방어를 버리고, 대인 방어를 계속 사용했다. 한국은 2쿼터 초반 1쿼터와 마찬가지로 변연하가 공격을 이끌었고, 중국은 1쿼터 활약이 없었던 장판이 연속 득점으로 중국 공격을 이끌었다.
그렇게 점수를 주고받으며 팽팽한 경기를 치르던 양팀. 종료 5분 2초를 남기고 한국 위성우 감독이 첫 번째 승부수를 띄웠다. 하은주를 투입했다. 중국은 주전 센터 리우단 대신 1m93의 양헨규를 투입. 하지만 하은주 효과가 없었다. 중국은 하은주 수비에 준비를 한 듯 당황하지 않고 대처했다. 양헨규가 연속 파울을 범하자 다시 에이스 리우단을 투입했다. 리우단은 하은주를 1대1로 상대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중국 수비는 하은주로 투입되는 볼 길을 완전히 차단했다. 하은주는 5분여를 뛰며 2차례 자유투를 얻어냈는데, 그 중 2개 만을 성공시켰다. 이후 하은주의 모습을 코트에서 볼 수 없었다. 중국의 장신 라인업을 상대로는 하은주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변연하가 휴식을 위해 빠지자 공격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 그 사이 중국은 차근차근 점수를 쌓았다. 한국은 하은주가 나오자 2-3 지역방어를 썼는데, 중국 선수들은 잘 짜여진 조직력과 패스로 한국 지역 방어를 무너뜨렸다. 가드 쉬시우펭은 2쿼터에만 6점을 넣었다. 그래도 한국은 2쿼터 투입된 김정은이 4득점하고 이미선, 임영희 등 베테랑들도 득점에 가세하며 스코어가 벌어지지 않게 했다. 2쿼터까지 35-33 중국의 리드.
3쿼터-백업센터 양지희 대분전
2쿼터까지의 경기 양상을 봤을 때 어느 한 팀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분위기. 그대로였다. 양팀은 3쿼터 내내 점수를 주고받으며 초접전 경기를 이어갔다.
중국은 3쿼터 초반 앞선의 에이스 쉬시우펭이 연속 6득점을 몰아쳤고 전반 조용하던 순시야오유도 3점슛 1개 포함, 5득점 했다. 중국이 고른 선수 기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선수들이 고른 기량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3쿼터 양지희와 김단비가 빛났다. 양지희는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내는 미들슛을 시작으로 6득점 했다. 백업 멤버의 한 쿼터 6득점은 큰 힘이 됐다. 52-52이던 3쿼터 종료 순간과 함께 돌파에 이은 버저비터를 성공시켰다. 경기 중후반 버저비터는 분위기 싸움에서 미세한 우위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테크니션 김단비도 남자 선수를 연상시키는 돌파와 레이업슛으로 5득점을 보탰다.
54-52 한국의 역전. 하지만 어느 한 팀이 앞선다고 할 수 없는 경기. "정말 결승전답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정확한 표현이었다.
4쿼터-경기 흐름 확실히 가져온 베테랑 이미선의 가로채기
3쿼터 버저비터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 한국이었다. 시작하자마자 김단비가 2득점했고, 이미선의 가로채기에 이은 양지희의 추가 득점이 나왔다. 이미선은 다음 수비에서 또 다시 가로채기에 성공했지만, 우리가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미선의 가로채기가 얼마나 의미가 있었느냐. 경기 흐름을 완전히 한국쪽으로 가져오는 결정적 계기였다. 54-52에서 단숨에 58-52로 점수가 벌어졌다. 모든 게 걸린 결승전, 팽팽하던 경기 흐름에서 6점은 상대 어린 선수들이 느끼기에는 큰 점수차였다. 경험이 부족한 중국 선수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3쿼터까지 침착하게 잘 풀던 공격이 흔들렸다. 쉬운 슛 찬스를 놓치고 무리한 공격이 이어졌다. 점수차를 좁혀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중국의 플레이를 방해했다. 중국은 4쿼터 6분여 동안 단 1점도 넣지 못했다.
한국도 공격에 실패하며 확실히 도망가지 못했다. 하지만 종료 6분여를 남기고 신정자가 상대 에이스 리우단을 스텝으로 따돌리고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8점차. 리우단이 뚫렸다. 중국이 무너지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경기 흐름이 급격하게 한국쪽으로 넘어왔다. 이미선이 여기서 다시 한 번 천금같은 가로채기에 성공했다. 양지희의 이어진 골밑 득점. 10점차로 벌어지자 중국은 다급하게 작전 타임을 불렀다. 하지만 이미 경기 흐름은 한국쪽으로 넘어간 후였다. 중국은 주전 선수들을 모두 빼고 라인업을 바꿔 반전을 노렸지만 신정자와 변연하는 정확한 미들슛과 3점포로 중국에 비수를 꽂았다. 중국은 종료 4분 8초를 남기고 자유투로 4쿼터 첫 득점을 했다. 경기를 뒤집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모든 선수들이 잘했다. 하지만 베테랑의 힘이 왜 중요한지 잘 보여준 한판이었다. 경기 초반 분위기를 다잡아준 에이스 변연하(16득점), 그리고 중후반 상대 골밑을 맹폭한 신정자(14득점), 그리고 득점은 2점에 그쳤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가로채기를 성공한 이미선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던 결승전이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