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1.16/
11월12일 SK전을 앞두고 전자랜드는 선수단 전원이 삭발을 했다. 당시 유도훈 감독도 머리를 짧게 깎았다.
당시 8연패 중이었다.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리카르도 포웰은 부진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주태수는 운동능력이 떨어져 있었다. 높이에서 극심한 열세를 보였다. 결국 전자랜드의 팀 컬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높이가 무너지면서 특유의 끈끈한 응집력이 사라졌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하지만 삭발도 소용없었다. SK에 73대86으로 패배, 9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수많은 고뇌 끝에 사임을 하려했다. 사실 시즌 중 감독 사퇴는 너무나 극단적인 방법이다. 책임감 부족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정말 탈출구가 없었다. 유 감독 입장에서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희생해서라도 선수단에게 탈출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한 유 감독의 성격 상 단순한 '쇼'가 아니었다.
특유의 투혼으로 전자랜드를 이끌던 유 감독이 사임을 하려하자, 그와 동고동락했던 사무국에서 기를 쓰고 말렸다. 전자랜드 김성헌 사무국장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말아달라"고 눈물의 하소연을 했다. 이 소식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아니, 알릴 수 없었다. 결국 심기일전했다. 벼랑 끝 절실함은 '작은 기적'을 낳았다. 정영삼은 팔꿈치 부상을 미뤘다. 발가락 부상도 개의치 않고 코트를 누볐다.
포웰이 극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대형 신인 정효근도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했다. 주태수를 2군으로 내리고, 이정제 함준우를 중용하며 높이 컴플렉스를 조금씩 메워나갔다. 결국 KT, 삼성, 오리온스, KGC를 차례로 눌렀다. 대형 포워드진의 적극 활용으로 높이의 약점이 사라졌고, 특유의 강한 수비와 조직력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27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LG전. 42-45로 뒤진 3쿼터 정영삼이 3점포를 꽂아넣었다. 이어 그림같은 스핀무브에 의한 골밑돌파로 파울까지 유도, 3점 플레이에 성공했다. 48-45로 역전에 성공했다. 54-52로 앞선 채 시작한 4쿼터. 3쿼터까지 끈질긴 수비로 LG의 예봉을 막은 뒤 4쿼터에 힘을 집중시킨 전자랜드 특유의 저력이 발휘됐다. 포웰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잇따라 골밑돌파를 성공시켰다. 정효근도 속공에 적극가담했다. 결국 4쿼터 5분21초를 남기고 66-56의 전자랜드 리드. 김종규, 데이본 제퍼슨 등 강한 높이를 가진 LG는 만만치 않았다. 김종규의 팁 인, 제퍼슨의 속공 덩크로 66-70으로 추격했다.
하지만 경기종료 1분14초를 남기고 포웰은 김종규의 블록슛 위로 그림같은 왼손 슬램덩크를 작렬시켰다.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천금같은 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