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오리온스, 왜 길렌워터가 문제인가

기사입력 2014-12-10 08:51


2014-2015 프로농구 안양KGC와 고양오리온스의 경기가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오리온스 길렌워터가 이승현과 리바운드 볼을 따내고 있다.
안양=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10.30/

오리온스는 극적이다. 시즌 초반 8연승을 할 때만 해도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단지 성적만이 아니었다. 팀 자체의 선수층이 워낙 두터웠다.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혔던 트로이 길렌워터. 여기에 이승현 장재석 허일영 등 백업 포워드진까지 꽉 찼다. 김강선 이현민 한호빈 등 유망한 가드진도 있었다. 또 우승에 필요한 베테랑 김도수와 임재현도 벤치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다. 9일 현재 14승10패로 4위다. 1위 모비스와는 5.5게임 차. 6위 KT와는 불과 1.5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미스테리다. 물론 부상 악재가 있다. 김강선과 허일영이 빠져 있다. 하지만 팀의 핵심인 길렌워터, 이승현 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여기에 김동욱까지 가세했다. 모비스, SK, 동부 등 강팀과의 맞대결에서는 힘겨울 지 몰라도 하위권에 있는 팀과의 맞대결에서는 매치업 상 유리한 측면이 많았다. 그런데 너무나 힘겹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길렌워터 딜레마'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길렌워터의 강점과 단점

길렌워터는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외국인 선수다. 시즌 전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몸무게 때문이었다. 당시 반신반의한 끝에 2라운드에 지명한 추일승 감독은 그에게 적정한 몸무게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는 비시즌동안 제대로 훈련을 하지 않았다. 시즌이 임박해 몸무게를 줄이기 시작했다. 몸무게는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1라운드에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선수처럼 보였다.

라틀리프에게도 밀리지 않는 강력한 파워. 골밑 몸싸움이 능했다. 테크닉은 더욱 뛰어났다. 유연한 드리블과 부드러운 슛 터치로 미드 레인지 점프슛과 3점슛이 정확했다. 1라운드 오리온스에게 패배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에게 "길렌워터를 봉쇄할 수 있나"라는 질문이 쇄도하기도 했다. 모비스는 SK 헤인즈, LG 제퍼슨 등 막기 힘든 외국인 선수를 플레이오프에서 봉쇄하며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당시 유 감독은 "막지 못할 수준의 선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 당시 뉘앙스는 플레이오프를 겨냥한 말이었다. 그만큼 길렌워터는 1라운드에서 약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 단 하나, 체력적인 부분은 의문부호가 남았다.


●골밑 지배력이 떨어졌다

길렌워터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유 중 하나는 외곽의 정확한 득점을 할 수 있는 테크닉과 슈팅능력을 지님과 동시에 골밑 장악력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라운드 들어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1라운드에서 길렌워터는 2점슛 야투성공률이 64.2%다. 반면 3점슛은 14.8%에 불과하다. 2라운드 이후 14경기에서 2점슛 성공률은 57%. 약 7%가 떨어졌다. 반면 3점슛 성공률은 43.4%로 수직상승했다.

비율 자체가 달라졌다. 1라운드에서는 평균 13.7개의 2점슛 시도를 했다. 하지만 2라운드 이후 11.8개로 떨어졌다. 반면 3점슛 시도는 평균 2.7개에서 3.8개로 상승했다.

'3점슛 성공률이 올랐기 때문에 공격 비율이 변화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골밑을 항상 단단히 지키는 것과 외곽의 비율을 높히는 것은 팀에 많은 변화를 준다. 대체적으로 골밑 중심으로 움직이는 외국인 선수는 흔히 말하는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즌 전 대부분의 팀들은 외국인 선수에게 골밑을 맡기고, 팀을 구상한다. 이 부분이 어긋나면 승리의 필수조건인 골밑 장악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팀의 내외곽 밸런스가 떨어지는 부작용도 생긴다.

●실제 사례들

물론 위에서 지적한 부분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경기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위팀과의 경기에서 길렌워터의 약점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오리온스를 구성하는 선수들의 기량 자체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최근 오리온스가 패한 KGC전(12월3일 59대71)과 SK전(12월7일 64대74)을 살펴보자. KGC전에서 길렌워터가 공격작업을 위해 받은 패스는 총 24회다. 그 중 골밑에서 받은 패스는 3회에 불과했다. 3점슛 라인 밖에서 받은 패스가 11회, 림에서 3~4m 떨어진 미드 레인지 부근에서 받은 패스가 10회였다.

SK전을 보자. 총 20회를 받았다. 그 중 골밑에서 받은 패스는 5회, 미드 레인지에서는 4회를 받았다. 3점슛 라인 밖에서 11회를 받았다. 미드 레인지에서 받은 패스의 대부분도 3점슛 라인 1m 안쪽에서 받은 패스였다. 결국 그의 공격출발점 중 60% 이상이 3점슛 라인 밖이나 부근이었다. 몇몇 현역 감독은 "길렌워터가 외곽에서 패스를 받으면 우리 입장에서 수비하기는 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길렌워터는 여러차례 골밑에서 몸싸움을 했다. 하지만 가드진의 효과적인 볼 투입이 되지 않았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몸싸움 과정에서 자리잡는 과정이 투박했고, 외곽에서 적재적소의 패스를 찔러주지도 못했다.

중요한 점은 1라운드와 달리 길렌워터의 공격지점 자체가 외곽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2점슛 야투율이 7%나 떨어진 구체적인 원인이다.

●오리온스의 손해는 막심하다.

왜 그의 공격지점이 외곽으로 이동했을까.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체력적인 문제다. 최근 그의 경기를 보면 트랜지션이 형편없다. 상대의 속공 상황에서 매치업 상대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오리온스는 쉽게 속공을 허용한다. 길렌워터가 코트에 나설 경우 오리온스 속공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하나, 외곽에서 자신이 공격을 하거나, 팀동료가 중거리슛을 쏠 경우 공격리바운드 참여 빈도수가 확 줄었다. 대부분 미드 레인지 부근에 어정쩡하게 서 있거나, 가장 빠르게 백코트를 한다. 결국 길렌워터가 골밑을 지켜주지 못하면서 오리온스의 내외곽 밸런스는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오리온스는 풍부한 포워드진이 있다. 하지만 그와 토종 포워드진과의 시너지 효과는 없다. 오히려 단절현상이 심각하다. 그가 외곽에서 1대1 공격을 할 때 패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머지 선수들은 그대로 서 있거나, 뒤늦게 공격리바운드를 들어갈 뿐이다. 이승현은 8연승 이후 3연패를 한 뒤 "승부처에서 길렌워터에 대한 의존증이 있는데, 국내 선수들이 좀 더 움직여주고, 길렌워터와 대화도 많이 하려한다"고 했다. 그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길렌워터의 플레이 스타일로는 아무리 헌신적인 움직임을 보여도 쉽게 조화를 이룰 것 같지 않다. 즉, 상대적으로 충분한 강점이 될 수 있는 토종 포워드진이 길렌워터로 인해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변했다.

길렌워터는 여전히 강점이 많은 외국인 선수다. 기량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의 플레이는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력적인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 오리온스가 반등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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