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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31)에 대한 윤호영(30)의 도발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사건이다.
윤호영에 대한 비판이 많다. 비난의 대부분은 '선배 조성민에 대해 후배 윤호영이 어떻게 도발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 비판의 지점은 핵심에서 비껴있다.
윤호영은 부진했다. 그리고 허리를 부여잡고, 다리를 가볍게 접질리는 등 수난이 있었다. 그리고 4쿼터 문제의 장면이 등장했다. 그 전 상황을 보자. KT가 속공을 나갈 때 조성민과 윤호영은 신경전이 있었다. 백코트를 하려는 윤호영과 조성민의 팔이 엉켰다. 윤호영은 심판에게 조성민의 팔을 끼는 부분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KT의 속공을 성공했고, 동부에게 공격권이 넘어갔다.
이때 왼쪽 45도 지점에서 조성민과 윤호영이 다시 엉켰다. 윤호영은 팔을 거세게 뿌리쳤다. 조성민은 여기에 대해 "너 뭐하는 거냐"고 한마디를 던졌다. 윤호영의 신경적 반응에 대한 얘기였다. 이때 윤호영이 갑자기 머리를 들이대며 도발을 했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진행상황이다. 조성민은 잘못이 없다. 자신보다 9cm나 큰 윤호영을 효율적으로 체크하기 위해서는 파울이 불리지 않는 선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았다. 이미 끈적한 몸싸움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 전자랜드와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달인의 경지에 오른 조성민이다.
윤호영이 '선배' 조성민에게 먼저 도발했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문해 보자. 프로무대에서 왜 후배는 선배에게 먼저 도발하면 안되는가.(욕이나 폭력 등 마지노선을 넘어선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니다.)
두 선수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다. 코트에서는 당연히 팀을 승리로 이끌고 관중에게 흥미로운 경기를 선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다. 때문에 선, 후배 관계를 떠나서 두 선수는 '계급장을 떼고' 코트에서 혈투를 벌이는 게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은 당연한 것이다. 때문에 '후배' 윤호영이 '선배' 조성민에게 먼저 도발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별다른 문제가 될 게 없다. 이 부분을 강조해 윤호영을 비판하는 것은 흡사 중세시대 '마녀사냥'과 비슷한 부분도 있다. 게다가 농구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농구는 학연, 지연으로 심하게 얽혀있다.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엄격한 선, 후배 관계로 인해 실전에서 경기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신인드래프트에서 자격이 안되는 선수를 연줄로 인해 뽑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윤호영의 도발은 문제가 있다. 핵심은 '프로'의 본분에서 벗어난 행동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스코어는 47-54, 7점 차로 동부가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종료까지 8분11초가 남아있었다. 동부 입장에서는 더욱 강한 집중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윤호영은 조성민과의 신경전에 과민반응했다. 결국 작전타임 이후 조성민은 코트에 나섰지만, 윤호영은 벤치에 남아있었다. 게다가 조성민은 이후에도 흔들림없이 동부의 강한 몸싸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분은 동부의 전력 뿐만 아니라 사기에 많은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동부는 KT에 패했다.
윤호영은 동부 뿐만 아니라 한국농구에서도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갖는 선수다. 높이 뿐만 아니라 뛰어난 순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드에서 포워드까지 수비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국제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선수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퀸시 데이비스를 철저히 대인마크하던 그의 수비는 아시아권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여전히 약점은 있다.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3점포, 미스매치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골밑 테크닉 등이 필요하다.
그는 상무에서 부상을 안고 뛰었다. 지난 시즌 동부에 복귀, 부상으로 이탈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그 후유증이 있었다. 아직도 100% 제 컨디션이 아니다. 이런 그의 몸 상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동부의 에이스다. 하지만 정신적인 강인함은 부족하다. 이 사건에서 나타난 비판의 핵심이다. 이것은 그의 전투력에서도 나타난다. 동부가 기복있는 경기력을 갖는 핵심적 이유 중 하나가 윤호영의 내외곽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미스매치의 최대 수혜자가 되어야 할 윤호영이 바깥으로 겉돌면서 생기는 문제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정신적 강인함의 모델은 KT 조성민이다. 조성민 역시 대표팀에 다녀온 뒤 수술을 받고 복귀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치열한 몸싸움을 오히려 즐긴다. 윤호영이 가야할 길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성민과 윤호영의 충돌에서 곱씹어야 할 진정한 교훈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