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이미 여자프로농구의 '1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올 시즌에는 이 체제가 더욱 공고해진 듯 보였다. 개막 이후 역대 최다인 16연승을 내달리며 독주체제를 굳혔다. 일찍부터 통합 3연패가 보였다. 패배를 보기 힘든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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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만족'을 모르는 지도자다. 연승 기간에도 끊임없이 패배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선수단을 꽉 죄는 강한 호통으로 지난 두 시즌을 이끌었다면, 올 시즌엔 다소 온화해진 모습이다. 강압적으로 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위 감독은 "대충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톱클래스는 아니다. 이제 선수들이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 같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도 반성할 부분은 반성했다. 뒤돌아볼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우리은행의 위기는 부상과 컨디션 문제가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포인트가드 이승아의 발목 부상 공백이 생각보다 컸고, 시즌 전 주전 세 명(박혜진 임영희 양지희)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뛰어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위 감독은 이보다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흐트러진 부분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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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21일 KDB생명과의 춘천 홈경기에서 79대72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승리였지만 다소 어색했던 패배와 연패, 그리고 올스타 휴식기까지 겹치며 16일만에 승리의 기분을 만끽했다.
모처럼 거둔 승리, 선수들의 표정 역시 평소와는 달랐다. 주장 임영희는 "주장으로 특별히 주문한 건 없다. 우린 항상 기본적인 걸 하자고 말한다. 선수들도 연패 때문에 새롭게 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것을 잘 하자고 했다. 그게 경기 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매경기 그렇지만, 각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 맞게끔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수비는 4명이 열심히 하는데 한 명이 구멍나면 안 된다. 함께 할 수 있는 수비를 신경 써야 한다. 공격적인 부분은 그날 그날 잘 풀리는 선수들이 있다. 서로 미루기 보다는 다들 자신 있게 하는 게 우리은행다운 경기"라고 했다.
선수들도 우리은행다운 경기가 무엇인지 다시 느끼고 있다. 위 감독 역시 "휴식기 전 경기력이었다면, 오늘도 장담 못했다"며 경기력에 변화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1등이라고 하지만, 장담할 수 없다. 위기라고 생각한다. 여유를 부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럴 실력도 안 된다. 정신 차려서 한 경기, 한 경기 목숨을 건다 생각하고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