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KCC 허 재 감독 "당연하지. 책임을 져야지"

기사입력 2015-02-09 14:42


6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14-2015 프로농구 KCC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KCC 허재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잠실실내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06.

한동안 전화를 받지 않던 KCC 허 재 감독. 9일 전화통화가 어렵게 됐다.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성격 자체가 그렇다. 형식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호탕한 모습은 여전했다.

그는 '왜 그만 두셨냐'는 질문에 "팀 성적이 좋지 않은데, 그만 둬야지. 당연한 일이야"라고 했다. 전격적인 자진사퇴다.

그는 "아침에 (최형길) 단장님을 만나서 그만 두겠다는 말씀을 드렸어. 책임을 져야지"라고 했다.

원래 팀 성적이 부진하면 자진사퇴 형식을 취하면서, 구단에서 압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KCC의 경우는 예외다.

농구사랑이 지극한 KCC 구단은 허 감독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 KCC 고위수뇌부는 항상 "허 감독은 한국농구의 최고 스타다. 거기에 대한 예우를 항상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때문에 이번 사퇴는 순수하게 허 감독의 의지였다.

거취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뭐, 일단은 그냥 쉬어야지. 그동안 힘들었어"라고 했다. KCC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성적 부진으로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 경기가 끝나면 소주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그 빈도가 더 심했다. 그는 "술이야 뭐 항상 마시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입버릇처럼 "(허)웅이나 (허)훈이가 프로판에 들어오면 감독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아버지가 감독, 아들이 선수일 경우 주위에서 힘들어한다는 게 그 이유.

NBA는 부자선수가 뛰기도 한다. 올 시즌에는 LA 클리퍼스 닥 리버스 감독 아들 오스틴 리버스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허 감독은 "그건 NBA 얘기고. 나 같은 경우에는 (허)웅이가 이미 프로에 들어왔고, (허)훈이도 들어올 거니까. 그런 상황에서 감독을 하고 있으면 나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불편할 수밖에 없지"라고 했다.

그는 감독직을 사임한 뒤에도 별다른 심리적 동요는 없어 보였다. 허 감독의 스타일 그대로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 전화 끊어. 나 바빠"라고 했다. '감독직도 그만 두셨는데,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기자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농담하자, "아 몰라. 그냥 바뻐"라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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