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의 최고참, 송영진(37)이 14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코치로 새출발한다. 송영진은 지난주 조동현 신임 감독 아래서 은퇴 후 코치 생활을 시작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2013~2014시즌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3점슛을 성공시키고 포효하고 있는 kt 송영진.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3.20/
아직은 '코치'라는 직함이 어색하기만 하다. 코치 부임이 결정되고 나서 조동현 감독과 선수단간의 미팅이 있었는데 형, 동생 하던 선수들과 호칭부터 어색해졌다. 그래도 이젠 엄연히 '코치'다. 송영진 kt 신임 코치는 "나도 예전에 어색했다. 하지만 금방 익숙해질 것"이라며 웃었다.
사실 송 코치는 다음 시즌까지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었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이 물러나고, 구단이 조동현 감독을 선임하면서 '리빌딩'을 천명했다. 최고참인 송영진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01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LG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한 송영진은 2005~2006시즌부터 kt 유니폼을 입었다. 조동현 감독과는 이때부터 한솥밥을 먹었다. 조 감독의 현역 시절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것도 송영진이었다.
그런 조 감독과 재회, 구단과 사령탑 모두 송영진에게 조심스럽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은퇴 제의를 받고는 많이 놀랐다. 생각을 안한 건 아니었지만, 지난 14년간의 프로 생활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지난 2013~2014시즌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승리해 4강 진출을 확정짓고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kt 송영진.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3.20/
송 코치는 "감독님께서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옆에서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사실 항상 은퇴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었다. 코치도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처음이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과연 내가 '감독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나 하나 배워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역 시절부터 조동현 감독은 배울 게 많은 선배였다. 송 코치는 "선수 때도 완전한 'FM'이었다. 나이가 들고, 주장이 된 뒤에도 언제나 솔선수범했다. 나 또한 그렇게 주장 역할을 하려 했다.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올 시즌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척추 부상으로 32경기 출전에 그쳤다. 송 코치는 "내 몸이 다 안 되서 복귀해 팀에 도움이 못 됐다. 팀 걱정과 내 욕심에 일찍 복귀를 했다"며 아쉬워했다.
현역 생활을 마감하면서 가장 아쉬운 건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 것이다.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하긴 했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14년 선수 생활을 돌아본 느낌을 묻자 그는 "막상 그만둔다고 하니 많이 착잡하다. 우승 반지를 한 번도 못 껴본 게 제일 아쉽다. 앞으로 잘해서 코치로 꼭 끼겠다"고 답했다.
14년간 쉼 없이 달려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젠 지도자로 새 출발선에 섰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 겁도 나지만, 기대도 된다. 지도자로서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다. 뭐든지 열심히 배우려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