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의 꿈 "우승컵 들어올리고 멋지게 은퇴"

기사입력 2015-08-09 08:12


◇미국 어바인 전지훈련 웨이트트레이닝 시간, 훈련 전 무릎 상태를 점검받고 있는 이정석.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김 용 기자

"난생 처음 경험해볼 백업 자리,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프로에 데뷔해 늘 주전으로만 뛰던 선수가 하루 아침에 백업 선수가 된다고 하면,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선수라도 세월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이 시기를 잘 이겨내야 프로 선수로 롱런할 수 있다. 서울 SK 나이츠로 팀을 옮기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될 가드 이정석이 그렇다. 2004년 안양 SBS(KGC 전신)에 입단해 지난 시즌 서울 삼성 썬더스까지 12년 동안 주전 자리를 놓치는 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한참 나이 어린 국가대표 후배 김선형의 백업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문경은 감독도 이를 의식해 이정석에게 '선배로서의 의젓한 희생 정신'을 조금씩 주입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이정석의 생각은 어떨까.

-삼성에서 오래 뛰다 갑작스럽게 트레이드가 됐다. 솔직한 심경은?

전혀 예상치 못한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선수들이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 뭔가 일이 생길 수 있다고도 생각하며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크게 충격적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SK맨이 됐고, 당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 1라운드 국가대표 김선형이 빠진 공백을 메워야 한다.

초반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다만, 무릎이 조금 좋지 않은게 걱정이다. 전지훈련을 왔는데, 훈련을 안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열심히 하는 과정에 조금 불편해진 부분이 있는데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몸만 좋다면 부담까지 느낄 수준은 아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선형이 돌아오면 백업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출전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에 대한 정신적, 신체적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상황이 닥쳐봐야 그 때 어떤 기분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절대 크게 티내지 않을 것이다. 누가 주전, 백업 이런 것 없이 컨디션 좋은 선수가 뛰는게 프로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껏 백업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나이를 먹어가니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웃음) 확실히 선형이가 농구를 잘한다. 그리고 내가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려면 플레이 타임을 조금 줄이는 것도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인 시절,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 등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안정적인 리딩과 외곽슛이 돋보인다.

진짜 돌이켜보면 어릴 땐 '다 갖다 부숴버리자'라는 마음으로 붙었던 것 같다.(웃음) 내 신인 시절 각 팀 가드들이 정말 뛰어났다. 이상민, 김승현, 신기성, 임재현, 주희정, 양동근(존칭 생략) 등 셀 수도 없다. 그 쟁쟁한 멤버들 사이에서 절대 지기 싫었다. 각자 플레이 스타일이 다 달라 재밌는 대결 구도가 그려졌던 것 같다. 그런데 크게 다치고 나니 아무래도 무리한 플레이를 꺼리게 되는게 사실이다. 일단 몸이 건강해야 코트에서 뭐라도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나.

-정황상, SK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상황이 됐다. 특별한 각오가 있나.

나도 선수 생활 마무리 단계라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SK에 왔다. 정말 우승해보고 싶다. 프로 생활 동안 우승 딱 한 번 해봤다.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멋지게 은퇴하는 꿈을 꾸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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