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토토 정국에 관한 KBL 3가지 쟁점

기사입력 2015-09-08 16:29


KBL 김영기 총재의 모습. KBL이 진정한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제공=KBL

경찰(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팀)은 8일 남자농구 및 유도 등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12명의 농구선수가 걸렸다.

불구속 입건되며 검찰에 넘어갔다. 향후 추가 수사와 법적 판단을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당연히 범죄의 정도에 따라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개인마다 다르다.

때문에 KBL은 징계수위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 KBL은 재정위원회(오후 3시)와 긴급 이사회(오후 5시)를 소집했다. 일단 처벌에 관한 1차 가이드 라인을 잡기 위한 의도다. 여기에는 세 가지 쟁점이 있다.

프로소속 불법베팅 일벌백계, 그 의미는

KBL(한국프로농구연맹) 이성훈 사무총장은 "일단 김영기 총재는 의지가 확고하다. 프로 소속으로 불법 베팅을 한 선수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했다.

일벌백계의 의미는 영구제명이다. '영구제명을 의미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징계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는 재정위원회와 긴급 이사회에서 한다. 하지만 이 총장은 "물론 징계의 경중 여부는 재정위원회와 긴급 이사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틀에서 프로에 입단한 뒤 불법적인 베팅이나 승부조작을 했다면 예외없이 영구제명"이라고 했다.

아직 경찰이나 KBL에서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단 동부, KGC, KT 각각 2명, 모비스, LG, 전자랜드, 삼성, 오리온스, SK 등이 각각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국가대표 출신인 선수는 무혐의처분을 받았고, 또 한 명의 선수는 공소시효가 지나갔다. 이들은 대학 시절 불법 토토를 한 혐의와 프로 소속으로 불법 토토를 한 혐의를 받는 선수들로 나뉘어져 있다. 또 승부조작을 한 혐의를 받는 선수도 있다. 결국 혐의의 경중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SK 김선형의 모습. 사진제공=KBL
김선형은 어떻게 되나

김선형은 7일 경찰조사를 받고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이성훈 총장은 "이미 알려진 김선형의 경우 분명 잘못을 저질렀지만,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중앙대 시절 그는 수 차례에 걸쳐 총 70만원 정도의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 혐의는 없고, 단지 대학 시절 합법 스포츠 토토가 아닌 불법토토를 한 혐의다.

이 총장은 "경찰 쪽에서도 김선형의 경우 죄질이 가볍고 미미한 상태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12명의 선수들 중 이런 케이스들이 다수 있다. 이 총장은 "이런 선수들을 모두 영구제명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 재정위원회와 긴급이사회에서 신중하게 토의한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김선형 케이스와 같은 경우 검찰에서 조사를 끝내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출전정지를 주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는 "현재 대학 선수들같은 경우에도 불법토토를 안 한다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그런 현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좀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또한 농구 전반적으로 도덕성에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 징계 수위 자체를 좀 더 엄격하게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이같은 논의는 재정위원회와 긴급이사회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김선형은 국가대표 신분이다. 이미 KBL은 불구속 입건된 12명의 선수에 대해 한시적 출전정지를 사실상 결정한 상태다. 검찰의 조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올 때까지 코트를 밟을 수 없다는 의미. 이 부분은 상식적이다.

대표팀 신분 박탈에 관해서도 KBL과 대한농구협회는 논의 중이다. 이 총장은 "관계자와 연락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도 김선형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에 관해 난감해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KBL 리그에 뛰지 못하는 이상, 태극마크를 달게 할 순 없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상식적이기도 하다.

KBL이 취해야 할 태도

그동안 KBL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발의 오줌누기식' 대응을 했다.

승부조작과 불법토토에 관한 논의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강동희 감독 승부조작 사태나 전창진 감독 혐의가 나왔을 때도 사건을 뒤덮기에만 급급했다.

물론 KBL 규약에는 승부조작에 관한 처벌 수위가 나와 있다. 영구제명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야구, 축구, 배구 등 모두 종목에서 공통적인 사안이다.

문제는 이번과 같은 애매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규약이 매우 애매하다는 점이다. KBL 규약에는 불법토토에 관한 별도의 항목이 없다. 대신 도박 및 사행 행위 항목에 포함돼 있다.

KBL 상벌규정 17조 4항(도박 및 사행행위로 인한 물의야기) 5항(농구와 관련된 체육진흥투표권 구매행위 위반) 등 두 가지 항목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견책부터 영구제명까지, 징계범위가 너무나 폭넓다. 제재금은 3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낼 수 있다.

결국 KBL이 재정위원회와 이사회의 논의를 통한, 유권해석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럴 경우 부작용이 생긴다. 처벌 기준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당시 상황이나 여론, 분위기, 그리고 각 구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징계수위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강동희 승부조작 사건 때 철저히 상벌규정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 진정한 반성의 의미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KBL은 올해 연달아 악재를 맞았다. 전창진 사건과 함께 12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불법토토 혐의를 받고 있다. '진정한 반성'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확실한 규정의 손질과 원칙의 정립,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번에도 '언발의 오줌누기식'이라면 KBL이 설 자리는 없다. 신사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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