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주희정에 대한 시선은 약간 복잡하다.
대역전극의 서막을 연 3쿼터 2개의 칼날같은 어시스트로 3점포 2방을 이끌어냈고, 고비마다 골밑돌파로 활로를 뚫었다. 특히 40.5초를 남기고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레이업 슛은 압권이었다.
때문에 속공 찬스에서 유효적절한 패스를 넣어주는 것은 삼성 입장에서 매우 필요하다. 문제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가드가 리그에서 많지 않다. 주희정은 그 선수 중 하나다.
라틀리프는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지만, 효율적인 패스가 오지 않을 경우 위축된다. 실제 경기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속공 가담 시 제대로 공이 전달되지 않으면 의기소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삼성 내에게 주희정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삼성은 주희정에게만 의존할 수 없다. 미래를 이끌 수 있는 가드를 키워야 하는 숙제도 있다. 때문에 주희정의 맹활약은 삼성 입장에서 다행이면서도 불안하다.
올해 한국 나이로 40세. 삼성 이상민 감독은 주희정에 대해 "1000경기 출전을 채워주고 싶다"고 했다. 1997~1998시즌 프로에 데뷔한 주희정은 통산 929경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서 주희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코트에서만 빛을 발하는 단순한 역할이 아닌 팀의 리더로서의 역할이다.
주희정은 지난 시즌부터 항상 "팀이 중요하다. 후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에는 더욱 그렇다. 실제 비 시즌에는 팀 후배들을 이끌고 야간훈련을 독려했다.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그는 "항상 10분 정도를 최선을 다해 뛴다는 마음이다. 내가 10분 정도만 뛰는 게 팀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나머지 30분을 후배 가드들이 채워야 팀 전력과 미래 가능성이 극대화된다는 점을 자신은 잘 알고 있다.
올 시즌 5경기에서 그는 24분38초를 소화하고 있다. 예상보다 출전시간이 많다. 비 시즌동안 10kg을 감량했다. 때문에 체력적 부담감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상민 감독의 출전시간 조절은 주희정의 체력조절용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스피드 저하에 많은 출전시간이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다.
주희정의 고민은 자신의 출전시간이 아닌 팀 전력에 맞춰져 있다. 자신의 출전시간이 많아진다는 점이 팀 전력에 장기적으로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컬한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항상 "팀 후배들이 좀 더 올라와야 한다. 박재현과 이호현은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코트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져야 할 10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희정은 확실히 베테랑이다. 코트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그렇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