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승진은 더욱 냉정해져야 하는가

기사입력 2015-10-07 09:09


6일 전자랜드전에서 KCC 하승진의 모습. 사진제공=KBL

"(하)승진이는 농구에 욕심이 많은 친구에요. (서)장훈이 형처럼 중거리슛도 잘 넣고 싶고, 드리블도 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하승진이 KCC 입단했을 당시의 얘기다. 2008~2009시즌 KCC에 입단한 그는 당시 서장훈과 함께 뛰고 있었다. 당시 KCC 한 관계자는 약간 우려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이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정확히 이 말의 뉘앙스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2m21의 큰 키에 한국농구를 짊어지고 가야 할 대형센터. 하승진은 매우 영리한 선수. 게다가 농구에 욕심이 많은 선수. 당연히 자신이 하기 쉽지 않은 드리블이나 미드 레인지 점프슛에 대한 욕망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그런 의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하승진이 빈번히 당하는 부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뒤늦게 알았다.

하승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로 풀렸다. 하지만, 그를 찾는 구단은 없었다. 내구성 때문이었다. 항상 중요한 순간 당하는 부상이 문제였다. 매 시즌, 예상치 못한 순간 그랬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팀 입장에서는 시즌 성적이 좌우될 수 있는 후반기에 그런 경우가 많았다.

팀 입장에서 하승진의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팀 전력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하승진이다. 그를 위한 포메이션을 만들고, 거기에 따라 팀 컬러를 구축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하승진이 부상을 입으면, 다시 백지 상태로 시작해야 한다. 즉, 팀 전력 뿐만 아니라 선수단의 혼란함, 그리고 떨어진 분위기 등 악재가 겹칠 수밖에 없다.

결국, FA 시장에서 하승진은 환영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연봉 5억2000만원에 삭감된 5억원에 원소속 구단 KCC와 재계약했다. FA였지만, 연봉이 오르지 못했다. 하승진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의 의문점이 있다. 왜 하승진은 부상이 빈번한 걸까.


물론 큰 키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부상이 있다. '평범한' 키를 가진 농구 선수에 비해 부상 빈도와 위험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같은 충격에도 좀 더 심한 부상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승진의 플레이 스타일도 영향을 미친다. 코트에서 냉정해 질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경기를 치르다보면 흥분이 된다. 사실 경기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냉정해져야 하는 것도 프로의 숙명이다. 하승진은 더욱 그래야 한다. 부상 빈도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승진은 한마디로, 코트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력적이다. 그의 큰 키에 상대 공격은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생긴다. 골밑돌파를 할 때나, 그의 앞에서 슛을 쏠 때 당연히 생기는 부담감이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좁은 수비폭과 거기에 따른 리바운드의 취약함. 게다가 떨어지는 코트 왕복 능력.

결국 하승진의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즉, KCC와 하승진 입장에서는 강점과 약점에 따른 손익계산서를 도출할 수밖에 없다.

하승진은 가드처럼 움직일 수 없다. 외곽에서 공격할 수도 없다. 하지만 포스트 부근에는 매우 강력하다. 수비에서 손을 곧게 뻗어있는 것만으로도 가장 효율적인 수비를 할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하승진의 중심은 약간 가벼웠다. 가장 기억나는 부분은 모비스전이다. 양동근과 라틀리프의 2대2 공격. 당연히 모비스는 하승진에 의해 발생되는 미스매치를 적극 활용했다. 당시 KCC는 하승진에게 적극적인 헷지(2대2 수비시, 스크린을 받은 공격수에게 슈팅이나 돌파 찬스를 주지 않게 빅맨 수비수가 일시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방법)를 주문했다.

하승진은 당시 스크린을 받은 양동근을 일시적을 맡을 때가 있었다. 3점슛 라인에서 하승진은 잔 스텝을 밟으면서 매우 의욕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효과적이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순발력에 차이가 많은 두 선수다. 양동근은 쉽게 드리블로 하승진을 쉽게 제쳤고, 하승진은 스텝이 꼬여 넘어지기도 했다. 사실 하승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승진의 농구 욕심은 인정하지만, 안되는 것을 순순이 받아들이는 것도 '프로의 품격'이다. 오히려 '쿨'하게 넘긴 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팀이 진정 위협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이 안되는 부분에 대해 초점을 맞추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땡큐'다.

더욱 큰 문제는 하승진의 '과도한 의욕'이 부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삭감됐지만, 하승진은 연봉은 여전히 거액이다. 5억원이면 팀의 에이스라는 의미다. 에이스의 가장 큰 의무 중 하나는 내구성이다. 54경기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책임감이다. 하승진 입장에서는 '과도한 의욕'을 더욱 더 버려야 하는 이유다.

대표팀 차출과 부상. 그리고 1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하승진은 6일 전자랜드전에서 화려하게 돌아왔다. 9득점, 9리바운드. 기록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하승진이 코트에 들어서면서, 포웰과 에밋, 그리고 팀 대부분의 선수들이 살아났다. 진정한 하승진의 위력이다.

그러나 이럴 수록 더욱 시즌 전 KCC에 대한 평가를 하승진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KCC의 전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6강 진출 뿐만 아니라 우승후보라는 얘기도 있었다. 단, 필수적인 전제조건 하나. 하승진의 건강함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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