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와 전주 KCC의 프로농구 경기가 13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렸다. KCC 허버트힐이 전자랜드 포웨로가 콘리의 수비를 제치며 골밑슛을 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2.13/
속이 쓰릴 만도 하다. 상대는 첫 경기부터 확실한 트레이드 효과가, 이쪽은 잠잠할 뿐이다.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11일 허버트힐과 리카르도 포웰을 맞바꿨다. 외국인 선수가 2명 뛰는 2,3쿼터에 생각보다 득점이 저조하자 KCC가 먼저 요청했다. 이후 두 팀 모두 약점을 메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KCC는 1라운드부터 안드레 에밋과 포웰의 활동 반경, 역할이 겹쳤고, 전자랜드는 팀의 구심점이 없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포웰만 날고 있다. 포웰은 친정팀으로 복귀한 뒤 처음 치른 12일 부산 KT전에서 31점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다음날 홈에서 열린 KCC전에서는 20점에 1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85대83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경기 후 "트레이드 한 팀과 바로 홈에서 경기를 했다. 정말 꼭 이기고 싶었다"며 "기분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반면 KCC는 당장의 트레이드 효과가 없다. 팀은 최근 3연패에 빠졌고, 힐도 전자랜드에서보다 평균 득점이 줄었다. 그는 11일 원주 동부 전에서 12점에 9리바운드를 잡았다. 13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는 10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아직 다른 선수들과 호흡이 완전치 않다는 게 추승균 감독의 진단.
결국 필요한 건 시간이다. 추 감독의 말대로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봐야 트레이드 효과가 나온다. 특히 KCC는 전자랜드와 팀 성격이 아주 다르다. 김태술, 전태풍, 하승진, 에밋 등 개인 기량이 빼어난 선수가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공격 옵션도 아주 많은 팀이 KCC다. 이 옵션들을 가동할 때 힐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또 동료의 움직임을 어떻게 살려줘야 하는지. 약속된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2경기에서는 이런 부분이 원활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경기 중 답답함을 호소할 만큼 아직은 KCC 선수라는 게 어색해 보였다. 외곽에서 힐에서 넣어주는 패스도, 힐이 밖으로 나가 스크린을 거는 타이밍도, 2~3쿼터 하승진과 함께 뛸 때의 파괴력도 모든 게 기대 이하였다.
그래도 추 감독은 "힐이 생각보다 잘 해주고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팀이 연패에 허덕이고 있지만, 팀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보이고 골밑에서는 착실히 득점을 쌓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KCC 사정과 달리, 전자랜드가 당장 포웰 효과를 볼 것이라는 계산도 충분히 했던 부분이다. 그는 이미 지난 시즌까지 3시즌 연속 인천을 홈으로 쓰며 한국 농구에 완벽히 적응한 터였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힐이 팀 전술에 완전히 녹아들 때 KCC는 정말 무서운 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