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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감독이 결국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12일 신한은행 에스버드 사령탑에서 자진 사퇴했다.
신한은행은 전형수 감독 대행체제로 잔여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선수단 분위기를 빨리 수습해 플레이오프(최소 3위까지)에 나가는 것이다. 이미 이번 시즌 우승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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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을 단호하게 칼을 대 바꾸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국내 여자농구의 열악한 선수 자원을 감안할 때 국가대표급 수준의 선수 한명을 키워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일정 수준에 올라선 선수는 '할머니'라는 달갑지 않는 얘기를 들을 때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 발전 속도가 느린 상황에서 고참 선수들에게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라고 할 수도 없다.
신한은행이 이번 시즌 고전하는 데는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의 역할도 컸다.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을 거친 커리는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6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려주고 있다.
그렇지만 커리는 국내 선수들에 잘 녹아들지 못했고, 심판 판정에 너무 예민했다. 경기 도중 플레이가 맘대로 안 될 때는 짜증섞인 표정을 자주 지어보였다. 커리의 '나홀로 농구'가 막힐 때는 신한은행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오합지졸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정인교 감독이 커리를 벤치에 오래 앉혀둘 정도로 강단있게 대처하지도 않았다. 커리 같은 문제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과정에서 좋은 선택을 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현재 선수 구성은 양과 질적으로 WKBL 6팀 중에서 좋은 편에 속한다. 2000년대 후반 전성기 때 만큼은 아니지만 우수한 자원이 아직도 여럿 있다. 팀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면 다른 팀과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추진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첼시 리(KEB하나은행) 같은 기량이 출중한 혼혈 선수를 찾아 영입하는 것도 돌파구가 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