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를 이끄는 두 수장. 김영기 KBL 총재와 신선우 WKBL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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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총재가 테크니션 외국인 선수를 도입한 이유는 명확하다. 기술이 부족한 국내 선수. 여기에 따른 농구팬의 피로감. 이 부분을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서다.
조 잭슨과 안드레 에밋으로 대표되는 단신 외국인 선수는 코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 부분에 대해 김영기 총재는 '자화자찬'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NBA 스테판 커리와 같은 농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 자체는 반박할 수 없다. 잭슨과 에밋의 플레이에 팬들은 실제 열광하고 있고, 커리와 같은 농구를 하는 것은 전 세계 농구인들의 로망이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그리고 부작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분명 부작용이 있다. 리그 전체로 보면 심한 부분이 많다. 외국인 선수 쿼터제 확대로 대부분 언더사이즈 빅맨이 한국 땅을 밟았다. 잭슨과 에밋, 그리고 여기에 마리오 리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렇다. 취지에 어긋난 제도다.
때문에 1m88로 한층 더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총재의 임기는 다음 시즌까지다.
용병 신장제한과 거기에 따른 대체카드를 찾기 힘들다. 리그 경기력 자체가 완전히 하향 평준화돼 있다. 전력이 크게 약화된 모비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 명백한 증거다.(모비스는 조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변수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다. 다른 팀과의 확실한 차이점. 올 시즌 리그 1위의 가장 강력한 숨은 원동력이다.) 자신의 약점을 메울 최적의 카드가 아닌 외국인 선수를 쓰면서 LG는 혼돈을 겪었고, 대부분 팀들은 대체카드 찾기에 어려워했다. 잭슨과 에밋이 화려한 것은 맞지만, 팀과 조화를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불완전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잭슨과 에밋의 화려함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더욱 좋은 대안이 있다. 리그 제한 철폐, 액수제한 철폐의 자유계약제다. 1명만 뛰게 되면 유망주들의 토대잠식을 최소화한다. 각 팀에 맞는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면서 화려함과 조직력이 극대화된다. 팀 입장에서 스카우팅 시스템이 발전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여기에 귀화작업을 매끄럽게 할 수 있는 부과적 효과도 있다. 이 제도가 현 외국인 선발방식보다 더 우월한 것은 대부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하지 못하는 걸까.
이사회를 구성하는 10개 구단 단장들 때문이다. 농구인기가 침체되면서, 구단 운영비를 적게 쓰고 홍보를 원하는 단장들이 점점 늘고 있다. 결국 이런 이사회 내부기류에 김 총재가 타협하고 있는 모양새다.(그래서 이사회는 공개돼야 한다.) 프로스포츠는 투자를 유도해야 하는데, 프로농구는 거꾸로다. 결국 이사회의 밀실행정이 농구팬에게 MSG가 잔뜩 들어간 '불량품'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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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리의 플레이를 자세히 보면, 명백히 팔을 쓰는 정도가 다르다.(1월22일자 '첼시 리 불법스크린과 납득하기 힘든 판정' 기사 참조.http://sports.news.naver.com/basketball/news/read.nhn?oid=076&aid=0002879181)
다시 한번 간단히 정리하면, 스크린을 걸거나 슬립 동작을 할 때 일단 수비수를 밀어놓고 시작한다. 게다가 어느 정도 허용되는 무빙 스크린 이후 팔을 구부린 채 가슴에서 떨어뜨리기 때문에 명백한 파울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스크린 동작은 없다. 이 동작들이 습관적이다. 왜 첼시 리의 스크린이 불법이냐고 묻는다면,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고 말한 대장금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치열한 몸싸움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치열한 몸싸움과는 구분해야 한다. 현대 농구에서 몸싸움은 일상화 돼 있다. 하지만 확실히 지켜야 할 부분은 슛을 할 때 동작과 스크린을 걸 때 동작은 민감하게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구 본질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NBA의 경우 스크린 파울에 대해 '유투브'를 검색해 보면 너무나 간단히 알 수 있다. 2대2 공격에서 스크린이 주는 공간의 차이가 얼마나 경기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 알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스크린을 걸거나, 움직이는 동작에는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치열한 몸싸움과는 개념 자체가 다른 부분이다.
그런데 당사자는 '일리걸이 아니다'라고 한다. 해당팀 감독은 그녀를 감싼다. 오히려 '(혼혈인) 첼시 리 죽이기는 안된다. 그녀가 (온전한) 국내 선수라면 그랬겠냐'고 반문한다. 국내 선수든, 외국선수든, 혼혈선수든 코트 앞에서는 공평해야 한다고 되묻고 싶다.
박 감독이나 첼시 리의 입장은 백번 양보해서 이해가는 부분이 있다. 첼시 리는 KEB하나 전력의 주축이다. 어떤 논란이 있다면 옹호하는 게 감독의 역할일 수 있다.
신 총재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의 장신군단을 몸으로 물리친 1m88의 센터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고도의 조직력과 테크닉, 그리고 공간활용을 보이며 중국을 누르고 우승했다. 신 총재는 센터로서 함지훈 이상의 패싱력과 몸싸움으로 우승의 주역이 됐다. 게다가 '신산'이라 불릴 정도로 유능한 사령탑이었다. 당연히 스페이싱의 중요성과 치명적인 이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WKBL은 집단적으로 이런 동작에 대해 침묵하고 옹호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두 수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들 뿐만 아니라 행정에 동조하는 전체 농구인들이 빠뜨린 부분이 하나 있다. '농구'라는 종목 앞에서는 순수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한국농구가 꼭 지켜야 할 마지막 원칙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