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별분석] 모비스 양동근, 조 잭슨 멘붕 빠뜨리다

기사입력 2016-02-13 17:06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의 프로농구 경기가 13일 오후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모비스 양동근이 오리온 헤인즈의 수비를 따돌리며 중거리슛을 시도하고 있다.
오리온은 31승 19패로 3위, 모비스는 31승 18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2.13/

모비스가 오리온을 눌렀다. 2위 자리를 확고히 했고, KCC와의 격차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모비스는 1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오리온을 88대73으로 완파했다.

양동근이 27득점, 6어시스트, 4스틸로 맹활약했고, 5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가 39득점, 이승현이 17득점을 올렸지만, 조 잭슨이 무득점에 7개의 실책을 범하는 부진으로 무릎을 꿇었다.

모비스는 32승18패로 1위 KCC와 0.5게임 차, 3위 오리온과 1.5게임 차의 2위를 유지했다.

두 팀은 확실한 숙제가 있다. 최근 경기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가 복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존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다. 우선적으로 조 잭슨과 시너지 효과가 아직 미흡하다. 오리온의 풍부한 포워드진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족하다. 오리온이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좋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꼭 필요한 숙제다. 이런 과제를 풀기 위한 과정에 있다.

모비스는 최근 경기력 자체가 많이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아이라 클라크, 커스버트 빅터, 함지훈의 골밑과 함께 양동근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 여기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디테일한 전술이 돋보인다. 그런데 최근 경기를 보면 내외곽의 밸런스가 완전히 깨져 있다. 이런 침체를 어떻게 전환시키느냐의 숙제가 있다.

1쿼터=모비스의 성동격서

최근 모비스는 내외곽의 플레이가 단절된 느낌이 있다. 골밑은 포지션 중복이 심하다. 자연스럽게 외곽도 침체된다. 즉, 공격에서 리듬 자체가 완전히 죽어있다.


경기를 자세히 보면, 함지훈의 소극적 슈팅 셀렉션과 함께 클라크, 빅터의 골밑 전투력이 부족한 것이 핵심 요인이다. 때문에 24초 공격 제한시간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양동근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은 초반부터 완전히 달랐다. 외곽에 찬스가 나면 그대로 3점슛 시도를 했다. 함지훈 뿐만 아니라 전준범 천대현이 모두 그랬다. 그런데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던진 외곽포는 팀 동료의 리바운드 타이밍을 잡는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 헤인즈가 있는 오리온이 골밑 수비 리바운드에 약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패한 3점슛은 대부분 모비스의 공격 리바운드로 연결, 쉬운 골밑 득점으로 만들어졌다.

보통 모비스의 경우, 외곽슛이 터지지 않으면 공격 자체가 침체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은 오리온의 약한 골밑 리바운드와 맞물려 3점슛 실패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즉, 모비스 입장에서는 오픈 찬스가 났을 때 적극적 3점슛 공략은 오리온의 골밑을 압박하는 효과를 낳았다. 모비스가 의도했던 1쿼터의 '성동격서'였다. 결국 24-19, 5점 차의 리드를 잡았다.

2쿼터=조 잭슨의 멘탈붕괴

오리온은 2쿼터 완벽히 페이스를 내줬다. 예상치 못했던 조 잭슨의 부진 때문이다.

단순한 부진이라 보기 힘들었다. 수많은 드리블 미스와 무리한 패스 남발. 야전사령관으로 최악이었다. 이미 복선은 깔려 있었다. 1쿼터 후반 투입된 잭슨은 노마크 레이업 슛을 어이없이 놓쳤다.

기본적으로 매우 흥분된 상태였다. 운이 나쁜 측면도 있었다. 8분59초, 그가 빠른 드리블로 공격을 전개할 때, 빅터의 발을 맞고 공이 튀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보지 못했다. 결국 빅터의 깨끗한 속공 덩크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잭슨의 리듬은 완전히 깨졌다. 7분50초, 5분50초, 5분31초를 남기고 연거푸 실책을 범했다. 포인트가드의 드리블 미스는 그대로 상대의 속공으로 연결된다. 그대로 모비스의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치명타가 됐다.

결국 모비스는 2쿼터 중반 15점을 몰아넣으면서, 기선을 완벽하게 잡았다. 여기에서 모비스의 강력한 외곽 수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비스는 2쿼터 잭슨이 치고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강력한 헷지와 순간적인 더블팀으로 잭슨을 외곽에서 틀어막았다. 즉, 헤인즈에게는 어느 정도 득점을 주더라도, 잭슨으로부터 파생되는 오리온의 포워드진 득점을 봉쇄하겠다는 의도. 최근 잭슨은 득점보다 어시스트에 주력하면서, 팀 밸런스를 맞추는데 초점을 둔다. 이런 특징을 역이용한 수비 전술이었다. 결국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잭슨을 뺄 수밖에 없었다.

5분29초를 남기고 39-21, 무려 18점 차. 오리온의 조기 '경기 포기'의 기준점은 20점 정도다. 보통 15점 이상이 되면, 상대의 추격의지는 꺾인다. 하지만, 오리온은 헤인즈를 중심으로 득점력이 폭발적인 팀이다. 때문에 모비스는 주전들의 조기 퇴근을 위해 20점 이상의 리드가 필요했다. 2차 승부처.

그런데 여기에서 오리온은 허일영의 연속 7득점과 헤인즈의 분전이 있었다. 결국 46-35, 11점 차의 모비스 리드. 흐름이 다시 미묘하게 오리온으로 이동하는 순간이었다.


조 잭슨의 드리블 장면. 사진제공=KBL
3쿼터=헤인즈의 반격, 전준범의 폭발

매우 중요한 시간. 오리온은 풍부한 벤치 자원이 있다. 2쿼터 부진했던 오리온은 쿼터 막판 추격의 기틀을 마련했다.

결국 분위기는 다시 오리온 쪽이었다. 오리온의 추격은 만만치 않았다. 헤인즈가 특유의 개인기를 이용해 모비스를 압박했다. 여기에서 이승현이 적절한 움직임으로 헤인즈를 도왔다.

조금씩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모비스는 2-3 변형 지역방어를 가동하며 오리온의 기세를 막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반면, 모비스의 공격은 오리온의 좋은 흐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무뎌졌다. 24초 공격 제한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60-50, 10점 차, 남은 시간은 3분12초. 이때 전준범이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였다. 사이드 미드 레인지 점프슛과 3점포를 연달아 터뜨렸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오픈 찬스를 만들어 적중률 높은 외곽포를 가동시켰다.

65-50, 15점 차의 리드. 하지만 헤인즈는 또 다시 골밑 돌파로 연속 6득점, 균형을 맞췄다. 이때 14초를 남기고 조 잭슨이 쓸데없는 반칙을 김종근에게 했다. 자유투 2개 헌납. 결국 67-56, 11점 차의 리드로 모비스가 앞선 채 경기를 마쳤다.

4쿼터=양동근의 존재감

확실히 양동근의 클래스는 좀 다르다. 조 잭슨에 비해 기량에서 앞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의 집중력과 승부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날도 그랬다. 3쿼터까지 18점을 몰아넣었다. 2스틸은 보너스.

중요한 순간이 왔다. 10점 차 리드는 모비스 입장에서는 불안했다.

4쿼터 초반 헤인즈와 이승현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발하면서 4득점, 67-60, 7점 차까지 압박했다.

그러자 양동근이 나서기 시작했다. 7분33초를 남기고 3점포를 터뜨렸다. 6분49초, 얼마 남지 않은 공격 제한시간. 양동근이 사이드에서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꽂으면서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이 부분을 좀 더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양동근이 사이드라인에서 클라크에게 패스, 그대로 사이드로 질풍같이 이동하면서 패스를 받았다. 그리고 그대로 슛을 쏘기 위해 올라갔다.

이 패턴은 모비스가 중요한 순간 자주 쓰던 전술이다. 보통 사이드라인에서 볼을 뿌리는 선수가 슛을 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을 역이용한 부분 전술. 일명 '단발치기'라고 불리는 몇 가지 전술 중 하나다. 2010년 국가대표팀에서도 선보인 적이 있고, 모비스가 플레이오프에서 상대에 따라 승부처에서 변형하던 전술 중 하나다. 이 공격이 성공하면서 팽팽했던 기세 자체가 완전히 모비스 쪽으로 기울었다. 양동근은 4분32초를 남기고 쐐기를 박는 3점포를 터뜨리면서 완벽한 에이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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