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즐기는 하승진, 막을 수 있나

기사입력 2016-03-08 13:08


전주 KCC 하승진. 사진제공=KBL

전주 KCC가 진짜 무서운 이유. 하승진(2m21)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KCC가 안양 KGC를 80대58로 대파했다. 추승균 KCC 감독은 경기 전 "2주 동안 쉬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걱정"이라고 했지만, KCC는 1쿼터 초반부터 10-2로 점수 차를 벌리며 여유있게 승리를 따냈다. 한 때 두 팀의 점수는 27점까지 벌어졌다.

주포 에밋이 27득점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상대가 오세근, 마리오 리틀, 양희종을 번갈아 마크맨으로 붙였지만 소용없었다. 전태풍 역시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로 승리를 이끌었다. 7득점 5어시스트 4리바운드에 2스틸. 4쿼터 중반에는 오세근의 미들슛을 블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장신 센터 하승진. 그의 활약도 절대적이었다. 시종일관 관중의 환호를 유도하면서 골밑을 지배했다. 15득점 16리바운드 5어시스트. 하승진은 정규리그 평균 출전 시간(24분48초)을 훌쩍 뛰어 넘는 30분57초를 소화했다.

그는 경기 시작 전부터 이 플레이오프를 즐기는 듯 했다. 전주실내체육관의 라이트가 모두 꺼지고 선수가 한 명씩 소개되는 순간. 하승진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어깨를 뜰썩이고 있었다. 이후 제자리에서 몇 차례 점프를 하더니 장내 아나운서가 '하승진'을 외치자 포효하며 코트 중앙쪽으로 뛰어 나왔다. 나머지 선수들이 비교적 점잖게 등장한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 큰 경기를 즐길 줄 알았다.

센터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했다. 미디어데이에서 "항상 자신있다"고 말한 자유투는 8개 던져 단 1개 성공했지만, 2점슛은 7개 던져 모두 성공했다. 그는 골밑에서 밀리지 않고 자리를 선점했으며, 동료의 패스가 날아들어오자 재빨리 몸을 틀어 공을 올려 놓았다. 또 직접 득점을 올리진 않았으나, 수차례 길을 터주며 동료의 득점을 돕는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상대 수비를 등지고 버텨주면서 에밋, 전태풍이 수월하게 돌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것. 그만큼 현재 하승진의 몸은 건강하다. 찰스 로드가 몸 싸움에서 밀릴 만큼 힘이 넘친다.

하승진은 경기 후 "솔직히 긴장은 됐다"고 했다. 그는 "몇 년만에 치른 플레이오프 게임이다. 경기 전 에밋이 하나도 긴장이 안된다고 했다가 경기 후 사실 긴장이 많이 됐다고 고백하더라"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자유투가 안 좋아서 다른 부분에서 집중하려고 했다. 찰스 로드가 블록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몸싸움을 해 붙어있는 상태에서 슛을 시도하려고 했다. 그 부분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그리고는 그가 덧붙인 한 마디. "오늘 낮잠을 자는데 김민구가 코를 많이 곯아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 부분이 자유투에 영향이 미친 것 같다." 하승진은 인터뷰도 즐겼따.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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