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 올림픽 탈락했지만 박수받아 마땅하다

기사입력 2016-06-20 06:30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이 19일(한국시각) 벨라루스와의 5-6위전서 서로 하이파이브하며 격려하고 있다. 한국은 비록 벨라루스에 패해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진제공=대한농구협회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이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떠날 때만해도 이들을 보는 농구계의 시선은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5위 이내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지만 5위는커녕 3팀 중 2팀이 올라가는 조예선 통과도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투혼으로 뛰었고, 첫 경기서 나이지리아에 1점차로 패했음에도 벨라루스를 1점차로 제압하고 조 2위로 8강에 올랐고, 농구강국 스페인에게 패하며 5-8위전으로 밀려났지만 쿠바에게 승리하며 5-6위전에 올랐다. 조예선에서 승리했던 벨라루스와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벌인 재대결에서 아쉽게 39대56으로 패하며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분명 달랐고, 한국 여자 농구는 희망을 봤다.

이번 올림픽 최종 예선에 나온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그전과는 구성이 많이 달랐다. 그동안 여자농구를 이끌어온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 하은주 등이 은퇴를 선언하며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이 개편된 것. 아무래도 국제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나오다 보니 더더욱 전문가들의 예상은 비관적이됐다.

그러나 선수들은 위성우 감독의 지도하에 똘똘 뭉쳤다. 두달간의 짧은 기간에 많은 훈련을 소화하며 자신감을 가졌고, 이는 프랑스에서 빛을 발했다. 첫 경기서 앞서다가 경기 종료 직전 불의의 3점슛을 맞아 1점차로 패하는 충격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나이지리아를 여유있게 이겼던 벨라루스를 상대로 1점차의 승리를 거두며 1승1패를 기록했고, 득실차에서 앞서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고, 스페인과의 8강에서 크게 졌지만 쿠바에 승리하며 5-6위전까지 올랐다. 한발짝만 더 가면 올림픽이었지만 그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분명 목표인 올림픽 진출엔 실패해 아쉬움이 큰데도 미소가 번진다. 희망이란 것을 봤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은 "졌기 때문에 아쉬움은 당연하다. 선수들이 이런 일정 속에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세대교체를 시행했는데 한국 여자농구가 많이 위축된 상태에서 박지수라는 대형 센터가 나왔고 이런 대회에 나와 유럽 강호들과 좋은 경험하고 아주 많은 것을 얻어가는 대회였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가장 우려됐던 골밑은 여고생 국가대표 박지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박지수는 상대 센터들과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한국의 골밑을 튼튼하게 지켰다. 스페인전에서 발목을 다친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였다. 위 감독은 "박지수가 조금 더 성장하면 한국 여자가 내외곽으로 더 좋은 플레이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했다.

박지수 양지희 등이 활약한 골밑이 어느정도 싸움이 되자 외곽포도 터졌다. 강아정이 변연하의 자리를 잘 메우며 확실한 3점슈터로 자리를 잡았다. 김단비는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면서 팀의 활력소가 됐다.

세대교체를 한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의 강호들과 밀리지 않고 당차게 경기를 하며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비록 올림픽 진출엔 실패했지만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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