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문성곤 "이번 시즌 신인이라는 마음이다"

기사입력 2016-09-11 08:35


◇문성곤  사진=김 용 기자

"사실상 이번이 신인 시즌 아니겠습니까."

안양 KGC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그리고 팬들에게는 아픈 손가락 하나가 있다. 프로 2년차 포워드 문성곤. 국가대표 포워드로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GC 유니폼을 입는 영광을 누렸다. 문성곤에게는 환상적인 일. 1순위도 기쁜데, KGC는 더 반가웠다. 당시 프로 무대에서는 문성곤이 KGC에 합류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다. 농구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긴 선배들이 모인 팀. 홈팬들의 응원도 열성적이다. 유니폼도 고려대의 빨간 유니폼과 같았다. 자신도 '인삼신기(인기 그룹 동방신기를 본따 만든 이름)'의 새 일원이 돼 안양실내체육관을 누빈다는 상상을 하면 얼마나 기뻤을까.

하지만 그 꿈은 금세 상상조각이 났다. 문성곤은 뛸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같은 포지션에 양희종, 이정현, 강변현, 전성현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 외국인 선수 마리오 리틀이 버티고 있었다. 여기에 김승기 감독의 생각도 쉽게 변하지 않았다. 문성곤이 프로에서 뛰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 특히, 하체가 약해 외곽 슈팅 밸런스가 무너지고 수비에서도 빠른 움직임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기저기 잔부상 후유증도 있어 확실하게 몸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렇게 지난 시즌 22경기 출전, 평균 7분30초를 뛰며 1.68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목표로 했던 신인왕은 창원 LG 세이커스 가드 정성우가 타냈다. 전체 2순위 라이벌 포워드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한희원은 더 많은 출전으로 주가를 높였다.

일본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희원은 지난 시즌을 돌이키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도 말했다. 전체 1순위 선수로 신인상을 타지 못한 것도, 많은 시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도 모두 마찬가지. 문성곤은 "답답하고 힘든 시간들이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여기에 문성곤을 더 힘들게 하는 일도 생겼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대학 시절부터 지겹게 라이벌 평가를 들어온 한희원이 박찬희와 트레이드 돼 팀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안그래도 같은 포지션 경쟁자들이 많은데 한희원까지 가세하며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문성곤은 "하늘이 나에게 또 시련을 주시나 생각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래도 지금은 한희원이 긍정의 힘이 된다. 문성곤은 "지난 시즌에는 힘들어도 누구에게 내 얘기를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서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매우 좋다"고 말하며 "보고 배우는 점도 많다. 희원이가 외곽 슈팅이 매우 좋지 않나. 희원이를 보며 슈팅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이 "수비는 성곤이가, 공격은 희원이가 낫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맞는 말씀이지만 공격도 잘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볼 생각이다. 지난 시즌에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 뛰어들었다. 뭐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이번 비시즌은 본격적으로 프로에 대한 공부를 하는 시간이 됐다. 사실상 이번 시즌 신인 선수라는 마음으로 뭐라도 해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문성곤은 마지막으로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후배들에 대해 "진짜 와보면 느끼게 된다. 프로에서 뛰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 지 후배들도 안다. 그런데 오기 전에는 그 준비가 쉽게 안된다. 대학 무대에서는 적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외곽슛을 마음 놓고 쐈다. 못넣어도 이종현이 다 잡아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그런 일은 없다. 매순간 긴장의 연속이다. 연습하지 않으면 모든 플레이가 흔들린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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