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감독에 녹아드는 크레익, 선두 삼성의 힘

기사입력 2016-12-26 10:16


서울 삼성 외국인 포워드 마이클 크레익이 3라운드 들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는 크레익.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은 사령탑 세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2014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첫 시즌 최하위의 수모를 겪으며 화려했던 선수 시절 쌓은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오빠 부대'를 이끌었던 스타 출신 사령탑이 감독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무색케 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고, '이상민'을 감독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듬해 2015~2016시즌 삼성은 29승25패로 정규리그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 감독은 조금씩 프로 사령탑으로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올시즌에는 초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하며 자신의 색깔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 25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전반 16점차의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두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최근 3연승 행진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이긴 것을 칭찬하고 싶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감독이 선수들을 믿고, 선수들 또한 감독을 따르는 '팀워크' 부분에서 3년차 이 감독도 이제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날 삼성 승리의 주역은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이었다. 크레익은 29분49초를 뛰며 21득점, 12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크레익이 20점 이상을 올린 것은 지난 1일 원주 동부전(23득점) 이후 24일, 8경기만이었다. 리바운드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이었다. 특히 역전승의 발판이 마련된 3쿼터 막판 크레익은 현란한 돌파로 골밑 득점과 자유투를 얻어내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사실 크레익은 2라운드 후반부터 팀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2라운드 7번째 경기였던 안양 KGC전에서 6득점, 5리바운드에 그친 것을 비롯해 지난 18일 창원 LG전까지 5경기에서 평균 10.2득점으로 부진했다. 같은 기간 삼성은 2승3패로 하락세를 그리며 3위까지 처졌다. 크레익이 개인 플레이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경기 후 이 감독은 "1,2쿼터에서 강했던 크레익이 점점 개인 위주로 플레이를 하면서 팀분위기가 다운됐다. 지난번 LG전이 끝나고 미팅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 이후로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3연승을 하는 동안 크레익은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동료들과 따로 노는 플레이도 확연히 줄었다.

크레익의 강점은 강력한 돌파와 몸싸움, 여기에 적극적인 리바운드와 수비 가담까지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이 부분에서 최근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감독의 주문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크레익은 "2라운드 후반부터 내가 잘못한 것을 인정한다. 다른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난 수비에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감독님이 지시하는 것을 잘 따를 뿐이다"고 밝혔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주로 1쿼터 스타팅으로 나가고 크레익은 2,3쿼터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시즌 성적은 평균 23분34초 동안 15.7득점, 6.7리바운드, 4.7어시스트다. 각 팀의 제2 외국인 선수들 중 SK 테리코 화이트, 동부의 웬델 맥키네스, 오리온의 오데리언 바셋 등과 함께 높은 팀공헌도를 자랑하고 있다. 이 감독이 만들어가려는 팀 분위기에 크레익이 잘 녹아들고 있다는 평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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