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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농구가 20살 생일을 맞았다. 흥행 숙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지난 20년 동안 KBL을 빛낸 '레전드 12인'에는 허재, 조니 맥도월, 이상민, 문경은, 서장훈 등을 비롯해 전설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선정됐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주희정(삼성) 김주성(동부) 양동근(모비스)과 함께 애런 헤인즈(오리온)가 맥도웰과 함께 외국인 선수로 영광을 차지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전설적인 선수들이지만, KBL은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농구계에서는 꾸준히 스타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양동근 김선형(SK) 조성민(LG)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허 웅(동부)처럼 신예 스타들이 등장하고 있어도, 타 종목 인기 선수들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적다는 뜻이다.
KBL은 한국농구의 최전성기 시절인 '농구대잔치' 향수를 꾸준히 어필한다. 현주엽 전희철 문경은 우지원 이상민 등 '오빠부대'를 끌고 다니며 열풍을 일으켰던 세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와 더불어 몇 년 전 다시 주목을 받았었는데, 언제까지나 '농구대잔치'에 얽매일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현재 KBL의 인기 하락에는 외국인 선수 쿼터, 팀 간 전력 차이, 인프라, 유소년 인재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흥행 카드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 썬더스와 KGC의 맞대결에는 5000명이 넘는 관중이 모였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표를 사기 위해 구장 주변이 북적였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기도 했지만, 1위 싸움 중인 팀들의 대결이라 더 주목받았다. 유니폼을 챙겨입은 KGC 원정팬들도 원정 응원석을 가득 채웠다. 경기가 박빙으로 흐르면서 응원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라이벌 구도, 순위 싸움, 박빙의 신경전 등 흥행 요소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경기였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시도한 다양한 이벤트도 가능성을 보였다.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참신한 아이디어는 팬들의 반응을 뜨겁게 달궜다. 만원 관중으로 화답했다.
이제 스무살. 아직 젊은 KBL은 갈 길이 멀다. '농구대잔치' 향수를 그리워하는 것은 팬들도 마찬가지다. 그때의 추억 못지않은 농구 열기를 일으킬 스타 탄생과 흥행 카드. KBL이 가장 빨리 풀어야 할 숙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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