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좀 안 좋네요. 조용히 끝내고 싶었는데…"
느긋하게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지키려던 KGC 김승기 감독이 결국 참지 못했다. 우연이었는지, 고의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KGC를 그다지 경계 대상으로 봐주지 않는 다른 팀 감독의 언행이 김 감독의 승부욕을 폭발시킨 것. 결국 김 감독은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며 대뜸 다시 한번 리그를 제패하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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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감독의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현역 시절 '터보 가드'라고 불렸던 김 감독은 결코 유순한 스타일이 아니다. 승부 근성이 누구 못지 않게 강하다. 그런데 하필 다른 감독들이 부지불식간에 이런 김 감독의 승부욕을 자극한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다른 감독들이 굳이 김 감독을 자극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저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KGC를 아무도 꼽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우승을 거머쥔 김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런 외면이 내심 못마땅했던 듯 하다.
김 감독은 이번 시즌 운영 전략에 관한 오리온 추일승 감독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계속 우승 후보로 거론이 안돼서 기분이 좀 안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조용히 미디어데이를 끝내고 싶었는데, 올해도 무조건 챔피언 상대를 찾아서 하고 싶다. SK나 KCC는 좋은 멤버가 있다. 우리는 그런 멤버는 없어도 꼼꼼히 맞춰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독하게 마음 먹고 (우승)하겠다"고 강렬한 선전포고를 날렸다.
그런데 이런 김 감독의 '발끈'은 사실 올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미디어데이 때도 김 감독은 "씁쓸하다. 예전에는 KGC가 우승할 거라는 전망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두 분 감독님만 말씀하셨다"면서 "그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거 같다.(웃음) 내가 일단 저질러놓고 그것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인데, 올해는 우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농담 섞인 진담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김 감독은 그 말을 지켜냈다. 과연 올해도 다시 한번 '발끈'한 김 감독이 KGC를 2연속 챔피언으로 이끌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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