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실화냐? 우리도 깜짝 놀랐어요."
SK 김선형이 지난달 5일 KT전에서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에 해당하는 49득점의 대기록을 달성한 이후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 경기 40득점-30리바운드 이상 기록은 한국농구연맹(KBL) 최초다. 한 경기 30리바운드는 역대 공동 2위의 기록이다.
공인된 대기록 외에 보는 이를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자유투다. 메이스는 이날 9개의 자유투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LG 관계자는 "메이스가 5개 이상 자유투를 모두 성공한 것은 국내 리그는 물론 해외 리그에서 뛸 때도 없던 기록"이라고 말했다.
올시즌 메이스는 상대 팀에겐 '만만한' 자유투 허용 대상이었다. 2점짜리 골밑슛을 주느니 파울로 끊어서 자유투를 주는 게 손실이 적다고 판단할 만큼 자유투 솜씨가 엉망이었다.
자유투만 달라진 게 아니다. LG가 최근 파죽의 6연승을 하는 과정에서 목격된 바와 같이 한결 순해졌다. 경기 중 '욱'하는 성질을 자주 부려 '시한폭탄' 같았던 메이스였다. 상대팀은 메이스의 이런 기질을 역이용하기 위해 파울작전 등으로 집중적으로 괴롭히니, 악순환의 연속이 많았다.
그랬던 메이스가 왜 달라졌을까. 오른쪽 손목과 무릎 부상으로 인해 평소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비결은 있었다. 현주엽 감독과 선수단의 '쓰담쓰담' 작전이었다.
현 감독은 현대모비스전(4일) 이후 일화를 소개했다. 경기 후 감독 인터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와보니 메이스 혼자 남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울먹' 앉아있더란다. 현 감독을 본 메이스는 "나 때문에 오늘 경기를 졌다"며 하염없이 자책했다. 사실 메이스는 이날 미움받을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현 감독은 "괜찮다. 빨리 잊어버리자. 너 때문에 승리한 경기도 많지 않느냐"며 쓰다듬어 주었다고 한다. 꾸지람 대신 격려를 받은 메이스는 "다음 경기에는 제대로 집중해서 만회하겠다"며 약속했고 이틀 뒤 그 약속을 지켰다.
현 감독은 "메이스가 자유투 연습을 따로 죽어라 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 데리고 있어 보니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붙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현 감독은 조성민 강병현 등 고참 선수들의 숨은 공로도 컸다고 말했다.
메이스가 경기 중 '욱'할 만한 상황이 발생한다 싶으면 조성민 강병현 김시래 등 국내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메이스에게 달려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달랬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스크린 등 협력 플레이에 소극적이어서 팀내 위화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는 코칭스태프의 당부에 따라 국내 선수들도 대하는 방식을 '어르고 달래기'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비결도 있다. 메이스의 오른쪽 팔목 통증이다. 1월 휴식기 이후 타박상 때문에 지금도 압박붕대를 감고 뛰는 메이스는 공을 오래 소유하거나 먼거리 슈팅에 불편을 느껴서인지 어이없는 개인 플레이가 크게 줄었다. "메이스가 적당하게 아픈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 감독의 해석은 달랐다. "손목이 좀 아프더라도 슈팅 욕심이 있으면 자꾸 던지게 된다. 하지만 요즘 메이스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진 게 눈에 보인다. 참고 기다려 준 보람이 계속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봄방학 신나는 초등생 스키캠프 열린다!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