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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반 분석] 2차연장 처절함, 삼성생명은 '천적관계'를 'OK'하지 않았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9-02-10 19:29


처절한 연장 혈투였다. 삼성생명은 끝내 OK 저축은행에게 '천적관계 청산'을 허락하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10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2차 연장 혈투 끝에 89대81로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맞대결 6전 전승.

삼성생명은 배혜윤이 26득점, 박하나 22득점을 올렸고, OK 저축은행은 단타스 18득점, 김소담 18득점을 올렸다.


김한별의 발목부상. 하지만 후반 다시 투입됐다. 사진제공=WKBL
▶전반=OK의 폭풍 3점슛, 삼성생명의 반격

OK 저축은행은 올 시즌 삼성생명에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한마디로 '천적관계'다. 양팀 모두 수비에 많은 약점이 있다. 단, 화력에서 삼성생명이 우위에 있다.

공격의 핵심이 잘 잡혀 있다. 김한별 배혜윤 박하나가 노련하게 공격을 주도한다. 여기에 신인 윤예빈도 평균 6.7점을 기록하면서 힘을 보탠다. 다득점이 나오는데, 항상 삼성생명의 공격이 더 안정적이다.

1쿼터, OK 저축은행은 작심했다. 3점포가 터졌다. 센터 김소담이 2개를 성공시키며 삼성생명의 의표를 찔렀다. 1~2차례의 패스에 쉽게 쉽게 오픈 찬스가 났다. 삼성생명의 수비 약점이 두드러졌다.

1쿼터 무려 9개 시도 6개 성공. 3점슛 성공률 67%였다. 1쿼터 최다득점이 28점(우리은행, 삼성생명)이었는데, OK 저축은행은 무려 26점을 몰아넣었다. 반면, 삼성생명은 골 결정력이 떨어졌다. 골밑에서 이지샷을 연거푸 놓쳤고, OK 저축은행의 빠른 공격으로 이어졌다. 배혜윤 외에는 1대1 공격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한별이 1쿼터 4분30초를 남기고 방향전환을 하다가 발목이 돌아갔다. 벤치로 이동했다.


대신 부상이었던 박하나가 투입됐다. 하지만, 2쿼터는 달랐다.

1m80의 대형가드 윤예빈은 1쿼터 과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2쿼터 과감한 골밑 돌파 이후, 스틸에 이은 속공 득점까지 했다. 박하나의 3점포가 터졌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OK 저축은행은 공격의 구심점이 없었다.

조금씩 삼성생명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인상적인 부분 하나. 양팀은 모두 기습적 풀 코트 프레스를 섰다. 삼성생명은 전통적 풀 코트 프레스. OK 저축은행은 3-2 지역방어를 상대 코트 3/4 지점부터 구사했다.

공격 제한시간을 최대한 단축, 수비 약점을 메우기 위한 양팀 사령탑의 전략. 하지만 비효율적이었다. 삼성생명은 오히려 반칙을 범하면서 흐름이 끊어졌다. 삼성생명의 경우, 상대의 변형 수비를 예측한 듯, 짧은 패싱게임으로 수월하게 공격진영으로 넘어왔다. 이 부분은 임근배 감독의 모비스 코치 시절 경험이 녹아들어가 있다. 2008~2009시즌 모비스는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 당시 후반기, 김현중 등 포인트가드들이 부상으로 이탈. 그러자 상대는 기습적 풀코트 프레스로 모비스 가드진의 약점을 공략했다. 이때, 유재학 감독과 임근배 코치는 짧은 패싱 게임으로 풀코트 프레스를 무력화시킬 패턴을 만들었고, 유용하게 써 먹었다.

2쿼터 막판, 삼성생명의 마무리가 좋았다. 배혜윤의 득점 이후, 0.8초를 남기고 또 다시 배혜윤이 반칙으로 인한 자유투 2개를 얻었다. 결국 34-31, 3점 차 OK 저축은행의 리드로 전반이 끝났다.

▶후반=하킨스 파울 트러블, OK의 2% 부족한 뒷심

삼성생명은 시즌 중후반 경기력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스쿼드가 나쁘지 않고, 하킨스가 합류하면서 골밑 수비 약점도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우리은행과 KB의 2강 체제에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상당한 '반격'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그런데 아직 완전치 않다. 조금씩 올라오고 있지만, 여전히 수비에서 문제가 있다. 여기에 하킨스 역시 골밑 수비는 가능하지만, 활동폭이 좁다. 스크린을 걸어주는 빈도가 떨어지고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미스가 많다.

즉, 골밑의 중량감은 있지만, 아직까지 세부적 팀 공헌도는 높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다. 이 '숙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삼성생명의 PO 경쟁력은 달라질 공산이 높다.

이런 약점이 겹쳐지면서, 3쿼터 여전히 OK 저축은행의 리드. 단타스 중심의 공격에, 안혜지의 3점포가 터졌다. 이때, 3쿼터 1분52초를 남기고, 삼성생명의 매서운 반격이 이어졌다. 후반 다시 돌아온 김한별의 긴 패스를 박하나가 그대로 3점포로 연결시켰다. 빠른 패스워크로 외곽 윤예빈에게 오픈 찬스가 나왔다. 또 다시 3점포. 순식간에 44-45, 1점차까지 추격했다.

확실히, 4쿼터 시작 흐름은 삼성생명이 유리해 보였다. 이때,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1쿼터 2개의 3점슛을 터뜨렸던 김소담. 오픈 찬스에서 깨끗한 3점포. 여기에 트랜지션 상황에서 골밑 1대1 공격까지 나왔다. 이후, 조은주가 스크린을 받은 뒤 미드 레인지 점퍼를 성공. 여기에는 삼성생명의 수비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킨스와 윤예빈의 2대2 수비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순간적 찬스를 내줬고, OK 저축은행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반면, 삼성생명은 외곽 오픈 찬스를 맞았지만, 하킨스의 3점 시도가 불발. 리바운드는 단타스가 골밑에 있는 OK 저축은행이 유리. 이때, 중요한 변수가 되는 휘슬이 나왔다. 하킨스가 골밑에서 단타스와 몸싸움하는 도중 반칙, 4파울이 됐다.

삼성생명은 다시 박하나가 3점포를 터뜨렸다. 구 슬이 3점슛으로 도망가자, 다시 김한별이 3점포로 응수.

이때, 하킨스의 파울 트러블이 경기력에 작용하기 시작했다. 하킨스는 단타스와 몸싸움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단타스는 골밑슛을 터뜨린 뒤, 절묘한 패스로 노현지의 골밑슛을 도왔다. 66-61, 5점 차로 리드를 다시 벌렸다.

박하나의 깨끗한 3점포가 터졌다. 그러자 OK 저축은행은 단타스에게 볼을 투입한 뒤 3점 라인 바깥 정면의 김소담에게 연결. 삼성생명은 더블팀이 들어갔지만,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오픈 찬스를 완벽히 허용했다. 김소담은 또 다시 3점포를 적중시켰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하킨스가 바스켓 카운트로 3점 플레이. 69-67, 2점차 상황에서 OK 저축은행의 공격이 실패했다.

마지막 삼성생명의 공격권. 남은 시간은 6.1초. 이때 배혜윤이 천금같은 골밑슛. 연장전 돌입.


김소담의 3점슛은 상당히 좋았다. OK 저축은행의 공격 루트를 늘리는 기폭제가 됐다. 사진제공=WKBL
▶연장=체력이 승부를 갈랐다

연장도 치열했다. 1골 차로 엎치락 뒤치락. 양팀 공격 플랜은 명확했다. OK 저축은행은 단타스를 중심. 삼성생명이 더블팀이 오면, 적절한 포지셔닝으로 외곽 오픈 찬스를 노렸다. 삼성생명은 배혜윤의 골밑 1대1 혹은, 2대2 공격과 거기에 따른 반대편 사이드 김한별의 컷-인으로 골 찬스를 노렸다. 41.4초를 남기고 배혜윤이 골밑 득점. 76-75로 역전했다. 곧바로 OK 저축은행은 단타스가 영리한 골밑 플레이로 2점을 보탰다. 더블팀이 들어왔지만, 패스 페이크 이후, 곧바로 정확한 미드 점퍼를 터뜨렸다. 다시 역전.

24초가 남은 상황. 이때, 배혜윤의 1대1 공격. 더블팀이 기습적으로 들어왔다. 자유투 2개. 하지만 2구만 성공, 다시 77-77 동점. 남은 시간은 9.7초. OK 저축은행의 마지막 공격. 하지만, 림은 공을 외면, 2차 연장.

더 이상 쓸 공격 카드가 없었다. 삼성생명은 배혜윤과 김한별의 1대1 공격. 거기에 따른 외곽 찬스를 노렸다. 문제는 OK 저축은행의 체력이었다. 더블팀을 들어갈 선수가 없었다. 배혜윤과 김한별은 1대1 공격으로 림을 흔들었다. 하킨스의 속공 득점이 이어졌다. 반면, OK 저축은행은 단타스가 골밑에 들어가지 않았다. 구 슬이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분전했지만, 단타스의 외곽 3점포는 불발.

작전 시간. 그리고 단타스는 다시 골밑에서 공격을 시도. 이때 외곽 오픈 찬스가 완벽히 열렸다. 구 슬의 3점포가 림에서 외면. 반면, 삼성생명은 배혜윤이 공격 제한 시간 1초가 남은 상황에서 미드 점퍼를 성공시켰다. 87-81, 6점 차. 남은 시간은 1분4초. 사실상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양팀은 치열했다. 수비 약점은 확실히 거슬렸다. 양팀 모두 마찬가지였다. 주전 선수들 모두 2대2 수비 시 스크린 대처 능력은 평균 이하였다. 여기에 더블팀이 들어갔을 때, 적절한 로테이션을 돌지 못하고 그대로 오픈 찬스를 헌납했다.

삼성생명은 PO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수비 약점을 메워야 한다. OK 저축은행 신예들을 주축으로 더 나은 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약점이다. 하지만, 2차 연장 혈투의 치열함은 매우 좋았다. 좋은 경기였다. 용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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