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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날 혼자 19점을 넣은 박혜진은 경기 뒤 수훈선수로 기자회견실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피곤한 모습이었다. 이유가 있다. 박혜진은 최근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쉼 없이 달린 탓이다. 여기에 팔근육 부상까지 겹쳐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살도 빠지고 근육도 빠진 박혜진은 평소보다 훨씬 '호리호리'했다.
▶'국내용 비난' 박혜진, 바닥 쳤던 자존감
하지만 누구보다 힘들고 괴로웠던 것은 다름 아닌 박혜진이었다. 그는 "솔직히 스트레스 받았었다.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도 아픈 곳이 많으니 핑계를 대고 안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특히 어린 선수들과 함께 간 아시안컵 때는 너무 꼬여서 살기 싫었다. 한국 오기도 싫고, 농구를 하기도 싫었다. 내 한계라고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대표팀이 불러도 할 수 있는게 없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박혜진은 최근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프리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중국과의 1차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으며 환호했다. 덕분에 한국은 최종예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혜진은 "항상 대표팀 다녀오면 자신감이 바닥이었다. 멘탈 자체가 다 떨어져 있었다. 위성우 감독님께서 제게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저 역시 너무 죄송했다. 떳떳하게 쳐다볼 수도 없었다. 이번에는 감독님께서 '물 흐르듯 하라고'고 조언해 주셨다. 마음을 내려놓고 들어갔다. 무리하게 하지 않고 내 기회가 나면 하고, 아니면 동료들을 살려주자고 했다. 지금까지 욕먹었는데 뭐가 무섭나 싶었다"며 웃었다.
▶'갈 길 먼' 박지현, 눈물 꾹 참은 훈련기
박혜진이 국제 무대에서 성장통을 앓던 시기. '특급 신인' 박지현은 소속팀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박지현은 지난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신인선수상까지 받은 잠재력 풍부한 선수다. 그는 지난 2008~2009시즌 신인선수상을 거머쥐었던 박혜진의 길을 밟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박지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A매치 휴식기 동안 눈물을 꾹 참아가며 혹독한 훈련을 견뎠다.
박지현은 "A매치 휴식기 때 훈련한 것을 지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내게는 중요한 시기였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제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셨다. 심지어 야간 훈련 때도 한 시간 넘게 봐주셨다. 힘들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3주 훈련 했다고 크게 좋아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를 악문 박지현은 "우는 건 많이 줄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돼서 여러 감정 때문에 눈물이 났다. 너무 약한 것 같아서 스스로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이 뭐라고 하셔도 절대 흔들리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신인이지만 경기에 나설 수 있게 기회를 주신다. 그냥 뛰는 게 아니라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미소지었다.
위성우 감독은 "노력하면 결과는 나온다. 예전에는 그냥 '왔다갔다'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플레이를 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업다운을 통해 성장한다고 본다"고 칭찬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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