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본격적으로 기운을 내어 중위권에 도전할 시기. 마침 적절한 구원군이 등장했다. 한동안 팀 기여도가 떨어졌던 창원 LG 외국인 선수 마이크 해리스가 모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시금 활용 가치를 입증했다.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교체 카드를 만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반가운 활약이라 할 수 있다.
해리스는 지난 2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홈경기에서 16분 47초를 뛰며 17득점-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85대80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특히 해리스는 2쿼터에만 13득점을 몰아넣으며 전자랜드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따돌리는 데 앞장섰다.
해리스 개인과 LG 구단 양쪽에 모두 의미있는 경기였다. 해리스는 LG가 부진에 빠진 버논 맥클린을 퇴출하고 지난 10월 말 영입한 선수다. 지난 시즌 필리핀리그 MVP 출신인 해리스는 무엇보다 내외곽에서 골고루 득점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됐다. 실제로 10월 31일 원주 DB와의 데뷔전에서 무려 41득점을 쏟아 부으며 LG의 새로운 득점원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해리스의 득점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초반 몇 경기에서 드러난 해리스의 패턴을 타팀들이 파악하며 수비 대책을 세웠고, 해리스 역시 외곽슛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을 이어가다 슬럼프에 빠졌다. 느린 스피드와 저조한 수비 기여도로 인해 득점력이 상실된 해리스는 점차 활용가치를 잃어갔다. 코트보다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LG 현주엽 감독은 이런 해리스를 다시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살려주는 한편으로 좀 더 자신감 있는 인사이드 플레이를 주문했다. 현 감독은 "아무래도 해리스가 다양하게 움직여주면 상대 수비도 의식할 수 밖에 없고, 다른 국내 선수들에게도 찬스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2일 전자랜드전에서 그간 현 감독과 해리스가 준비해 온 새로운 패턴이 나타났다. 해리스는 2쿼터에 집중적으로 뛰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온 캐디 라렌에게 휴식을 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외곽슛에만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상대 페인트존으로 파고 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정희재나 주지훈 유병훈 등에게 찬스가 생기는 장면도 나왔다. 비록 파울트러블로 후반전에는 활약도가 줄어들었지만, 이미 2쿼터 역할로 제 못을 다했다.
이러한 해리스의 변신은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LG에는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사실 구단 내부적으로는 기여도가 사라지다시피 한 해리스에 대해 교체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교체가 쉽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런 와중에 해리스가 다시 자기 역할을 해내면서 팀이 좀 더 경쟁력을 갖게 됐다. 또한 교체가 실제로 이뤄질 때가지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물론 해리스가 이렇게 계속 자기 몫을 해낸다면 교체 없이 운영될 수도 있다. 해리스가 계속 좋은 모습을 이어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