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집에 보낸 이상범 감독의 결단 "농구보다 사람이 우선, 맥 빠지지만 위기를 기회로"

기사입력 2020-03-04 05:30


이상범 원주 DB 감독.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농구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이상범 원주 DB 감독의 소신은 확고했고, 결정은 단호했다.

지난 2일, KBL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리그 중단을 선언했다. 10개 구단 단장들은 28일까지 경기를 중단하고, 이후 재개하는 방향으로 큰 틀을 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선수와 관중을 지키기 위함이다. KBL의 리그 중단이 확정된 동시에 DB는 외국인 선수 치나누 오누아쿠와 칼렙 그린을 고향인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을 집으로 보냈다. 농구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더 심하다. 타국에 나와 있는 만큼 가족과 친구는 물론이고 대사관에서도 계속 연락이 온다. 이 상태로 운동이 가능할까 싶었다. 경기력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물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두 외국인 선수는 DB의 중심으로 팀을 든든하게 지켰다. 그린은 리그 42경기에서 평균 16분55초롤 뛰며 13.9점-5.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팀에 합류한 오누아쿠는 리그 40경기에서 평균 24분57초 동안 14.4득점에 10.3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두 선수의 활약 덕에 DB는 리그 1위(28승15패) 질주 중이었다.

이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아쉽고 허탈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을 향해 가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외국인 선수들이 팀을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 감기에 걸려도, 가족에 안타까운 일이 생겨도 팀을 위해 노력했다. 우리도 선수들을 위해 해줘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있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누아쿠와 그린의 거취는 불문명하다. KBL 재개와 동시에 한국에 들어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에서 한국행을 막을 수도 있다. 실제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인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특정 지역으로 여행하면 안 된다. 이런 권고들은 확대될지 모른다. 그것을 규정하기 위해 이들 나라에서의 발병 추이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일단 남은 선수들로 팀을 잘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못 하리란 법은 없다. 우리 농구를 하면 된다. 맥은 빠지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선수들은 자가 격리 상태다. 혹시 선수들이 움직이면 단체 대화방에 동선을 알려줘야 한다. 코칭스태프는 숙소에서 훈련 스케줄을 짜고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만약을 대비해 새 외국인 선수도 찾아보고 있다. 남은 경기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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