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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가 없다면?' 계속되는 KB스타즈의 고민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0-12-10 11:02


9일 청주체육관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모바일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와 신한은행의 경기에서 KB스타즈 센터 박지수가 공을 잡자 무려 3명의 신한은행 선수들이 이를 막아서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제공=WKBL

'만약 박지수가 없었다면?'

여자 프로농구 KB스타즈가 9일 신한은행을 꺾으며 다시 공동 1위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날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를 확인한 경기였다. KB스타즈는 리바운드에서의 절대적인 우위에도 불구, 4쿼터 중반까지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시소게임을 펼쳤는데 그나마 이를 가능케 했던 선수는 여전히 센터 박지수였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 없이 뛰는 올해, 최소 한명 이상의 동료 선수가 받쳐주지 못할 경우 박지수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를 탈피할 해법은 없다는 점을 재삼 확인했을 뿐이다.

KB스타즈는 이날 전반에만 리바운드 개수에서 23-9로 앞섰지만, 2쿼터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37-33으로 겨우 4점차로 앞섰는데 지나지 않았다. 3쿼터를 마쳤을 때도 역시 리바운드 차이는 11개(28-17)나 났지만 오히려 스코어는 3점차로 조금 더 줄어들었을 뿐이다. 말 그대로 박지수가 득점과 리바운드를 '꾸역꾸역' 해주고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공격에선 전혀 뒷받침이 안 됐다는 얘기였다.

3쿼터 시작 후 5분여동안 박지수의 골밑슛 4개밖에 추가하지 못한 KB스타즈는 신한은행에 역전을 허용하며 이날 가장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신한은행이 이지슛을 자주 놓치고 턴오버를 하는 등 고비를 넘지 못하며 승기를 잡을 기회를 스스로 놓쳤기 망정이지, 냉정하게 말하자면 KB스타즈가 승부를 자력으로 결정지은 것은 아니었다. 경기 후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조차 "공격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린 것이 패인일뿐 다른 것은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실 KB스타즈는 이날 경기 전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 직전 경기였던 우리은행전에서 63대83, 20점차의 대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에이스 박혜진이 없음에도 불구, 김소니아와 박지현에 각각 28득점과 24득점씩 헌납했고 리바운드도 38개로 동률을 이루는데 그친 탓이다. 11개의 3점포를 허용한 것에서 보듯 외곽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철저히 봉쇄된 박지수가 15득점으로 팀내 최다 득점을 올린 것에서 보듯 역시 다른 선수들의 분전이 없었던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우리은행전 이후 5일만에 신한은행과의 경기에 나서다 보니 슈터들의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역시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변명은 되지 않는다.

결국 이날 4쿼터가 시작하고 3분여가 지난 가운데 슈터 강아정이 본인의 700번째(역대 4위)이자 이날 첫 3점포를 터뜨리자 3~4점차의 묶여 있던 박빙의 점수차는 비로소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자신에게 붙은 더블팀 수비를 피해 박지수가 외곽으로 빠르게 패스를 뿌렸고, 이를 준비하고 있던 최희진이 자신의 2번째 3점포를 꽂아넣으며 사실상 승기를 잡게 됐다. 자신에게 몰린 공수의 부담을 어느 정도 떨어낸 박지수는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강아정의 도움을 받아 그림같은 엘리웁을 성공시키며 상대의 기를 죽이고 쐐기를 박았다. 이처럼 박지수를 신나게 만들어 수준 높은 플레이를 나오게 하는 것도 모두 동료들의 몫인 셈이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박지수를 위한 패턴은 있지만, 동료 선수들이 분명 본인의 찬스나 역량을 발휘해줘야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도 25득점-20리바운드를 기록한 박지수가 자신의 평균 기록 이하를 올리더라도 승리를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강팀이라는 얘기다. 박지수가 풀타임으로 뛰기 시작한 2017~2018시즌부터 우리은행과 양강 구도를 이루며 정규리그 1위를 번갈아 하고 있는 KB스타즈가 올해 숙적 우리은행을 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렇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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