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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단비씨, 그의 진화는 어디까지?'
외국인 선수가 없는 올 시즌, 당연히 출전 시간이 많아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김단비의 기록 상승은 특히 두드러진다. 17일 현재 경기당 평균 19.08점으로 득점 2위, 8.77리바운드로 6위, 5.46어시스트로 3위 등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진가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모든 기록은 역대 시즌 최고치이다. 1990년생으로 올해 30세에 접어들면서 한층 성숙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도 "김단비처럼 탑 클래스 선수가 농구 실력이 더 는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진짜로 더 진화하고 있다. 수비 이해폭이 넓어지고, 시야나 순간 판단력도 늘어나는 등 플레이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가드와 포워드를 모두 오가며 멀티 플레이를 했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는 현재 4번 파워 포워드 역할을 맡기고 있는데 힘은 들겠지만 인사이드에서 몸싸움에 적극 나서면서 공수 리바운드를 많이 잡아주고 있다. 팀이나 선수에게 모두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단비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몸을 낮추고 동료들을 추켜세웠다. 예전엔 자신의 잘 됐던 플레이를 나열했다면, 16일 경기 후에는 "패스를 꾸준히 득점으로 올려준 동료들 덕분에 대기록 달성이 가능했다"며 코트 밖에서도 확실히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덧붙여 "예전에는 투박하고 어거지로 하는 농구였는데 여전히 지금도 부족한게 많다. 선후배를 보고 장점을 계속 배워나가고 있다"며 겸손함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남편(수구 국가대표 출신)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힘들어 하기에, 내가 한발 더 뛰어야 한다. 나중에 내가 못 뛰면 남편이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웃었다.
4위 확보라는 팀의 현실적 목표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한 김단비가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은 상위팀과의 맞대결이다. 시즌 초 정상 전력이 아닌 우리은행을 한차례 꺾었을 뿐, 이후 KB스타즈와 삼성생명 등 플레이오프 진출 유력팀들과의 경기에선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봄 농구'에 진출하는 것이 팀의 최종 목표가 아니고 큰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기 위해선 향후 남은 경기에서 반드시 본인의 실력으로 팀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특히 지난 11월 25일 우리은행과의 시즌 두번째 맞대결에서 김정은에 꽁꽁 묶이며 2득점으로 시즌 최소 기록에 그친 것은 두고두고 곱씹는 아픈 기억이다. 이번 달 이들 3개팀과 4번을 연달아 만나야 하는 신한은행이기에 코트 위에선 절대 겸손함을 보여주지 않는 김단비의 맹활약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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