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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길을 잘 개척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냉정한 법, 경기에 들어가선 각자의 벤치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날 국가대표 사령탑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결코 좋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최근 상승세를 이끈 박혜진이 허리 부상으로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혜진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에서 잠시나마 1위에 위치할 정도로 관심은 컸다. 우리은행으로선 발목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아웃을 당한 김정은과 발가락 부상을 당한 최은실에 이어 박혜진까지 무려 3명의 주전이 빠지면서 라인업 구성조차 버거웠다. 경기 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없는대로 해봐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혜진의 빈자리는 컸다. 우리은행은 초반부터 경기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했다. 김소니아와 박지현 정도를 제외하곤 득점에 가담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사실상 플레이오프 관리 모드에 들어간 삼성생명도 무려 11명의 선수를 돌려가며 쓰다보니 역시 경기력이 좋지 못했지만, 우리은행의 전력 약화가 더 컸다. 2쿼터에선 두 팀이 초반 2점씩을 내고선 약속이나 한듯 4분 넘게 무득점에 그치며 쿼터 최저점을 경신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26-33으로 뒤진 가운데 맞은 3쿼터에도 우리은행은 7명이 득점에 가담한 삼성생명에 맞서 박지현이 9득점으로 고군분투 했지만 역시 버거웠다. 4쿼터에 선발 라인업으로 나왔던 홍보람과 김진희가 쿼터 시작 3분도 지나지 않아 차례로 파울아웃을 당하면서 사실상 승부는 막을 내렸다. 삼성생명은 64대55로 승리, 지난 2019년 10월 21일 이후 우리은행에 당했던 맞대결 9연패를 끊어냈다. 24득점-15리바운드로 '원맨쇼'를 한 박지현 한 명으론 9명이 고르게 점수를 올린 삼성생명을 넘긴 역부족이었다.
아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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