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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농구는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매직키드' 김태술이 정든 코트와 이별한다. 2007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프로에 합류한지 14년 만의 일이다.
김태술은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로 '천재 가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국내 프로농구판에 떠도는 '포인트가드 6년 주기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1~2012시즌 안양 KGC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영광의 시간을 보냈다.
"우승도 해보고 최하위도 해봤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KGC에서 우승했을 때에요. 우승을 확정한 순간 잠깐 정신을 잃었을 정도였죠. (양)희종이가 골을 넣고, 수비하다가 경기가 끝났거든요. 그 순간 기억이 없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수들이 다 벤치로 달려가고 있더라고요. '진짜 끝난 건가' 싶어 뒤늦게 벤치로 달려갔죠."
행복했던 기억만큼이나 아픈 시간도 있었다. 잦은 부상. 그는 제 기량을 마음껏 뽐내지 못한 시간도 기억하고 있다.
"한때 슬럼프를 크게 겪었어요. 제가 가진 장점을 잃어버린 느낌이었죠. 누가 제 귀에 대고 욕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경기 뒤 댓글로 정말 많은 비난을 받았죠. 그때 '그만 둬야하나' 싶었어요. 살면서 그렇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거든요."
김태술의 손을 다시 잡은 것은 '스승' 이상범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KGC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합작한 사이다. 이 감독은 2019년 원주 DB 부임 당시 김태술을 품에 안았다. 김태술은 이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베테랑으로서 위기마다 팀의 중심을 잡았다. DB는 2019~2020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이상범 감독님이요? 아버지 같은 분이죠. 그런데 은퇴한다니까 별 말씀 안 하시던데요. 사실 '고생했다' 이러실 줄 알았는데, 그냥 일상적인 말씀만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밥 먹으러 오라고요.(웃음) 제가 봤을 때 그런 말씀 잘 못하시는 것 같아요."
코트 위에서 울고 웃었던 시간. 이제는 모두 다 '과거의 추억'이 됐다.
"팬들께는 천번만번 감사하다는 말을 해도 모자라지 않아요. 팬 덕분에 행복하게 농구생활 하다가 가는 것 같아요. 현역 시절에 (선후배 동료들에게)조금이라도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들을 후배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선순환이 돼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죠. 시간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농구선수로서 첫 번째 인생을 마치고 두 번째 삶을 향해 걸어가는 김태술. 그는 "무계획이 계획"이라며 자신을 향한 가능성을 무한대로 펼쳐뒀다.
"지금은 조금 쉬려고요. 기회가 되면 뭐든 해보고 싶어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어요. 한 28년 했죠. 농구는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농구를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농구장에서 인생을 배웠어요. 더 좋은 선수, 나아가 더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농구 덕분에 내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괜찮은 사람이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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