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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XX' 욕설에 담긴 많은 의미.
서울 삼성이 무너지고 있다. 개막 후 10경기 6승의 상승세는 이제 온 데 간 데 없다.
삼성에게 '꼴찌'라는 타이틀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지난 시즌 9승45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2018~2019 시즌에도 최하위였다. 2016~2017 시즌 이후에는 플레이오프 구경도 못했다.
이번 시즌은 다른 듯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은희석 감독을 선임했고, 은 감독과 호흡이 잘 맞는 베테랑 이정현까지 과감한 투자로 영입했다. 젊은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뛰었고, 이정현은 필요할 때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은 감독도 지난 수년간 곪을 대로 곪은 삼성의 고질을 고치지 못하는 걸로 보인다. 주축 선수들의 패배 의식이다. 이상민 감독 시절 삼성의 팀 컬러는 명확했다. 잘 싸우다가도 경기 중후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무너졌다. 승부처에서 선수들이 폭탄을 돌리듯, 공을 피해다니기 바빴다.
초반 잘 될 때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다, 연패가 조금 길어지니 그 병이 바로 도졌다. 이제 이정현도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이가 30 중반이 넘었다. 체력, 스피드 모두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이정현이 혼자 팀을 구해내는 건 역부족이다.
은 감독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임동섭, 장민국, 이호현 등 매년 엄청난 기회를 받고도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고,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언제까지 기회를 줄 것인가. 차라리 꼴찌를 할 거면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게 나아 보인다. 김시래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자신과 손발이 맞는 외국인 선수가 없으면 평범한 가드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피지컬 싸움에서 너무 밀린다.
은 감독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점이 있을 것이다. 작전 타임 등을 보면, 은 감독 스스로 선수들의 역할을 너무 제한시켰다. '너희는 백업, 너희 역할만 하라', '결국 해결은 이정현과 김시래가 해줄 거다'라며 병풍 역할을 강조했다. 팀적으로는 필요한 얘기일 수 있지만, 욕심 많은 프로 선수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일 수 있었다. 그러면서 "특정 선수가 막힐 때, 다른 선수들은 숨어버린다"라는 말을 한다면 과연 선수들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은 감독은 SK전 얼마나 답답했는지, 작전 타임 도중 카메라가 찍고 있는 데도 육두문자를 날렸다. 초보 감독으로 잘해보고픈 마음, 기본을 망각하고 뛰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에 분통이 터지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로 감독으로서 분명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인 것도 맞다. 미칠 듯 답답해도, 이 상황에 대해 책임 져야하는 게 감독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