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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울산 현대모비스 서명진(24)은 애매했다.
송교창에 이은 고교 출신 두번째 로터리픽 지명자였다.
양동근 이대성이 있었던 현대 모비스 입장에서는 가드진이 아쉬울 게 없었지만, 창창한 미래를 보고 뽑였다. 결국 양동근의 은퇴, 이대성의 이적으로 서명진은 현대모비스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단숨에 떠올랐다.
기본적 센스와 슈팅 능력, 그리고 패스 워크는 충분했다. 단, 파워가 2% 부족했고, 근성이 2% 부족했다. 여기에 순발력이 약간 떨어졌다.
강점은 많았지만, 약점도 뚜렷했다. 정상급 가드와의 대결에서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상대 압박에 취약했다. 스피드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근성도 부족했기 때문에 상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지난 시즌까지 현대모비스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외곽이었다. 특히 고양 캐롯, 안양 KGC, 서울 SK 등 외곽 압박 능력이 좋은 가드들이 즐비한 팀을 만나면 결정적 순간 고전하면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 현대모비스는 AJ 아바리엔토스가 들어왔다. 아시아 쿼터로 걸출한 기량을 갖춘 포인트가드, 서명진은 올 시즌 슈팅 가드로 전환을 시도했다.
단, 서명진에게 중요한 것은 포지션 변화 같은 부분이 아닌 내면의 힘이었다. 비 시즌 파워를 늘렸지만, 몸싸움을 통한 밸런스가 중요했다. 여기에는 밑바탕에 근성이 깔여 있어야 했다. 하지만, 서명진은 여전히 부족했다.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2월17일 가스공사와의 경기. 서명진은 자신을 수비하던 이대성의 파울에 농구공을 세차게 내리치면서 '거친' 모습을 보였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오히려 칭찬했다. "그동안 코트에서 온순하기만 했는데, 근성을 보여줬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지만, 서명진의 발전을 위해서는 나쁘지 않은 부분"이라고 했다. 팀내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서명진이 각성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훈련 중 조동현 감독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동현 감독은 '훈련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 서명진이 최근 나에게 따지듯이 애기하는데 근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매우 좋게 보고 있다"고 했다.
서명진 역시 "최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다. 훈련 중에도 조 감독님에게 소위 '개기는 일'이 많다. 경기를 치를수록 승부욕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명진은 2일 울산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6강 1차전에서 18득점을 올리면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6라운드 이후 달라진 점은 서명진의 코트 안 모습이다. 그동안 몸싸움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저돌적 몸싸움으로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서 자신의 기술을 발휘한다. 6강 1차전 캐롯과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캐롯은 트랩 디펜스와 외곽 압박에 상당히 능한 팀이다. 하지만 서명진은 거침없이 상대 트랩을 파훼하면서 절묘한 킬 패스를 뿌렸다. 그동안 맞대결에서 항상 당했던 동기 이정현과의 매치에서도 대등하거나 좀 더 우위의 모습을 보였다.
현대모비스와 캐롯의 6강 시리즈는 외곽에서 승패의 키가 있다. 캐롯은 전성현이 2차전까지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정현이 중요하고, 수비에서 외곽 압박으로 현대모비스의 공격 루트를 원천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반대로 현대모비스는 외곽에서 대등하게 가져가면서 골밑의 미스매치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서명진은 그래서 키 플레이어다. 1차전은 성공적이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