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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뭐라 할 수는 없는데, 결과를 보니 아쉬워지네.
LG는 4강 시작 전부터 악재를 만났다. 팀의 기둥 아셈 마레이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출전 불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지 페리라는 수준급 대체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고, LG는 원래 국내 선수들 비중이 더 높은 팀이기에 SK와 충분히 싸워볼만 했다. SK도 지난 시즌 MVP 최준용이 빠진 상황이었다.
실제 2경기 모두 초박빙이었다. 특히 2차전은 LG가 승리를 다잡는 듯 했지만, 종료 직전 상대 리온 윌리엄스에게 통한의 역전 결승골을 내주며 1점차로 무너졌다. 1차전은 전반 LG가 크게 앞서며 주도권을 잡았었다. 세밀한 부분들만 잘 운영이 됐다면 1승을 넘어 2승도 따낼 수 있었다.
이관희는 1차전을 앞두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독 SK전에 강한 이유를 말하며 상대 선수들을 '마네킹'이라고 언급했다. 최원혁, 최성원, 오재현 등 매치업 상대들이 자신을 못막는다는 뜻이었다. 재치있는 표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을 들은 SK 선수들의 기분은 좋을리 없었다.
SK 선수들은 대놓고 이관희에 반격을 했다. 최성원과 최원혁은 이관희의 '시계 세리머니'를 따라하며 맞도발했다. 경기 전 방송사 인터뷰 때 인터뷰 중인 선수 뒤에서 마네킹 흉내를 내기도 했다. 베테랑 허일영은 2차전 승리 후 이관희의 마네킹 발언이 오히려 SK 선수들에게 긍정의 작용을 했다며 일침 아닌 일침을 가했다.
3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관희의 이번 도발은 완벽한 자충수가 됐다. 이 정도 도발을 하려면 본인이 실력으로 압도를 하고 경기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빛이 나는데 2경기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1차전에서는 크게 부진한 게 LG 패인 중 하나였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양팀 경기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승패가 갈렸는데, 이 마네킹 논란의 힘으로 한 발 더 뛴 SK가 근소하게 앞섰다고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경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관희를 욕할 수는 없다. 프로 무대에서 가장 큰 이벤트를 앞두고 이런 도발 없이 얌전하게만 싸운다면 팬들은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이관희라는 훌륭한 '엔터테이너'가 이번 4강 무대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것에는 박수를 쳐줘야 한다. 다만, LG와 조상현 감독 입장에서는 '왜 쓸 데 없는 말을 해서'라는 생각을 수 없이 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