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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에만 30득점차, 여기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사실 경기 전부터 양 팀의 상황은 극과 극이었다. KB스타즈는 직전 경기에서 우리은행을 2쿼터에 2득점으로 묶어내는 완전한 수비 농구로 4연승이자 우리은행과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시즌 개막 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6전 전패, 최하위에 처진 상태다.
경기 전 김완수 KB스타즈 감독은 "우리은행전에서 수비로 이겨냈기에 당연히 사기가 올라 있다. 또 이날 경기 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선수들에게 이틀간의 휴식을 줄 예정이라 방심하지 말고 우리은행전처럼 뛰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솔직히 잠을 자다가 자주 깰 정도로 힘든 상황은 맞다. 선수들은 오죽할까 싶다"며 "사실 KB에 실력으로 이겨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근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달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경기는 시작부터 양 팀 분위기와 똑같이 흘러갔다. KB는 허예은의 첫 득점을 시작으로 박지수 염윤아 강이슬이 5분여만에 17득점을 합작했다. 이러는 동안 신한은행은 이경은의 골밑슛 하나가 고작이었다.
2쿼터는 스코어가 더 벌어졌다. 박지수가 골밑 장악에 이어 심성영의 컷인 플레이, 그리고 강이슬이 다시 6득점을 쏟아 부으며 43-14까지 앞서 갔다. 그러자 김완수 감독은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고현지까지 처음으로 투입시켰다. 고현지는 연달아 2개의 파울을 기록하며 아직 수비에 서툰 모습이었지만, 전반 종료 8초를 남기고 던진 슛이 백보드를 맞고 림에 꽂히는 3점포를 성공시키며 의미있는 데뷔 첫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고현지는 10분여를 뛰고 6득점을 올렸지만, 데뷔전에서 5반칙 퇴장을 당하는 진기록까지 남겼다.
3쿼터 시작 후 KB는 강이슬의 3점포와 박지수의 연속 6득점, 염윤아와 또 다시 강이슬의 3점포가 연속으로 꽂히며 64-24, 이날 최다 점수차까지 기록했다. 후반 3분여만을 뛴 박지수는 벤치로 물러났고, 이후 다시 나올 필요도 없었다. 강이슬도 3쿼터 4분여만 뛰고 역시 벤치에서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16분여만 뛴 박지수는 17득점-8리바운드, 강이슬도 19분여를 뛰며 20득점 등 1분에 1점씩 넣는 효율적인 농구를 했다.
4쿼터 2분여를 지난 후 신한은행은 장은혜 이혜미 이두나 허유정 등 벤치 멤버를 코트에 넣자, KB 역시 후보 선수인 이혜주 신혜영 고현지 양지수로 교체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마감했다. KB는 타임아웃도 단 한번도 부르지 않았고, 비디오 판독조차 단 한번도 없을만큼 일방적인 경기였다.
청주=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