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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책임없는 '프런트 농구'의 씁쓸함. 허 훈, 김선형 FA이적. SK, KT, KCC 숨겨진 불편한 진실

류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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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3 14:52


[류동혁의 이슈분석] 책임없는 '프런트 농구'의 씁쓸함. 허 훈, 김선형…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NBA는 프런트의 영역과 코칭스태프의 영역이 칼같이 구분돼 있다. NBA의 모든 점을 기계적으로 도입할 필요는 없다. 단, 이 부분은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단장은 GM(General Manager), 총 관리자다. 선수구성 뿐만 아니라 코트 안팎의 이슈에 대해 책임을 진다.

감독은 헤드 코치다. 코치와 선수를 아우르고 코트 안에서 경기력에 대해 책임을 진다. 즉, 단장은 선수단 관리와 코트에서 경기력을 제외하면 모든 영역을 책임지고, 감독은 코트 안의 모든 부분의 책임이 있다.

효율적 분업화다. 구단 경기력을 최대한 올리기 위한 조치다.

10년 전만 해도 KBL은 '감독의 영역'이 더 강했다. 감독이 선수 구성 뿐만 아니라 FA, 코트 안팎의 이슈에 대해 모든 책임을 졌다.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는 감독의 밀접한 조력자 역할이 많았다.

급격히 변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 젊은 감독을 데려오면서, 선수 구성 등 모든 영역에서 '프런트 농구'의 힘이 강해졌다.

감독은 10자리에 불과했고, 후보들은 많아졌다. 농구 인기는 여전히 좋지 않았고, 재정적 지원에 대한 파워가 커지면서, '프런트 농구'는 기묘하게 변했다. 파워는 극대화됐는데, 책임은 지지 않는 시스템이 됐다.

물론 10개 구단이 모두 그렇진 않지만, 전체적 '프런트의 힘'이 강해졌다.


문제는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 최소한의 대응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종의 책임 회피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된 일련의 회피 현상은 이번 FA 시장에서 절정에 달했다.

SK는 프랜차이즈 스타 김선형이 KT로 이적했다. SK는 형식적 협상을 몇 차례 했지만, 김선형을 잡을 의지는 없었다. 김선형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원주 DB와 협상한 뒤 수원 KT로 이적했다.

수많은 이슈와 루머들이 돌았다. 오재현과의 불화, 안영준과의 불편한 MVP 경쟁, 자밀 워니와 전희철 감독간의 소문도 있다.

SK는 대응하지 않았다. SK와 김선형은 평행선을 달렸다. SK는 팀 개편을 위해 김선형의 요구조건을 맞춰줄 수 없었다. 김선형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프로농구 한 관계자는 'DB, KT와의 협상에서 김선형 에이전트 측은 3년 8억원을 요구했다'고 했다.

프로농구 A 관계자는 "SK는 2가지 길이 있었다. 우승 확률을 떨어뜨리더라도 김선형 중심으로 팀을 개편하는 것이다. 워니, 안영준, 오재현 등과의 계약은 힘들어 질 수 있다. 두번째는 김선형을 포기하고 워니, 안영준, 오재현 등과 계약하는 방식이다. SK는 후자를 택했다"고 했다. SK는 김낙현을 보강했고, 안영준 오재현, 워니와 계약했다. 우승 확률은 높였지만, 프랜차이즈 스타 김선형을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다. B 관계자는 "김선형과 오재현의 갈등은 사실이다. 오재현의 잘못도 많이 있다. 단, 갈등 루머의 핵심은 SK 대부분 선수들이 김선형의 플레이 스타일에 동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 시즌 갑자기 터진 문제가 아니다. 2년 전부터 갈등은 서서히 고조된 상태였고, 올 시즌 중립을 지키던 선수들도 외면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선형은 자부심이 있다.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자신의 경기력으로 팀을 이끈다는 생각이 강하다. 자신의 연봉 가치를 양보하지 못하는 이유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SK는 생각이 달랐다. 나이에 따른 노쇠화, 선수들과 갈등을 빚는 팀 고참으로서 개인주의에 초점을 맞췄다. 이 부분도 이해가 가능하다. 격차를 좁힐 수 없는 결별 수순이었다. 결국 '비지니스'였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프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별'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 측은 SK 팬이나 언론에서 지적하는 '프랜차이즈의 가치'에 대해서 우선 순위로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일련의 갈등과 루머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 결국 거짓과 사실이 혼재된 소문에 SK 팬들만 수많은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류동혁의 이슈분석] 책임없는 '프런트 농구'의 씁쓸함. 허 훈, 김선형…
사진제공=KBL
KT는 송영진 전 감독과 단장을 갑작스럽게 해임했다. 고위수뇌부의 전격적 결정이었다. 농구단 시스템을 무시한 행동이었다. '우승을 위한 행위'라고 했지만, 변명에 불과했다.

결국 문경은 감독을 선임했다. '우승을 위한 시스템'이라는 깃발을 꽂자, 허 훈을 재계약해야 하는 당위성이 형성됐다. 단, 허 훈과의 계약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보상 액수만 14억원인 허 훈이 팀을 옮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함도 있었다. 결국, KCC가 뒤늦게 참전했고, 이 부분을 간과했던 KT는 뒤늦게 파격적 제안을 했지만, 결국 허 훈은 KCC행을 택했다.

그러자, KT는 또 다시 허 훈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겼다. 김선형에게 거액의 계약을 안겨줬다. 농구관계자 대부분은 "김선형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KT는 수비 자원이 좋고, 김선형과 잘 맞을 수도 있다. 단, 계약 자체만 놓고 보면, KT의 조급증이 만든 오버 페이다. 일종의 패닉 바잉"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T는 허 훈의 보상으로 KCC에게 4명의 선수(허 웅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중 초특급 선수 1명을 받을 수 있다. KT가 원하는 선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올 수 있는 카드들이다. 단, 김선형의 계약으로 이 옵션을 시행할 수 있는 확률은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KT의 감독 해임에 따른 일련의 사태가 '조급증'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KT 새로운 단장 등 프런트에서는 이 입장에서 대해서 명확한 답변이 없다

KCC는 허 훈을 데려왔다. 당초, 허 훈의 영입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샐러리캡을 맞추기 힘들었고, 지난 시즌 호화멤버로도 6강 플레이오프가 좌절됐다. 코어 선수들의 부상과 거기에 따른 부진이 겹쳤다. 그런데, '회장님의 말 한마디'에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FA 시장의 활성화, 투자에 소극적인 9개 구단과 달리 시원한 투자를 이끄는 KCC의 장점이 보여졌다는 평가와 함께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한 관계자는 "KCC는 감독이 팀 구성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슈퍼스타의 영입 지시가 모기업에서 내려온다. 뒷돈 의혹도 생길 뿐만 아니라 농구는 팀 스포츠인데, 자연스럽게 감독보다 스타급 선수들의 파워가 커진다. 결국 2년 전과 같이 극적인 우승을 이끌어 낼 수도 있지만, 지난 시즌과 같이 지지부진한 경기력을 보일 수도 있다.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끈끈한 팀 컬러가 생기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10개 구단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보강과 FA 계약 등 선수단 구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한다. 구단마다 주체는 약간 다를 수 있지만, 결국 '프런트 농구'의 강화가 핵심이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결정은 프런트가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현상이 짙어진다'는 점이다.

어떤 결정에 대해 미디어의 비판 혹은 팬의 비난이 생기면, 결정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혹은 외면한다. 한마디로 책임지지 않는다.

프런트가 구단 발전의 한 축을 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프런트 농구'는 바람직하지 않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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