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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농구공,그리고 1000명의 환호성'..."관중 없는 스포츠는 없다" 2025 휠체어농구리그의 새로운 도전

이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5-07-08 09:30


'열정과 농구공,그리고 1000명의 환호성'..."관중 없는 스포츠는 없…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열정과 농구공,그리고 1000명의 환호성'..."관중 없는 스포츠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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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농구공,그리고 1000명의 환호성'..."관중 없는 스포츠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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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스포츠에서 관중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휠체어농구는 자타공인 '장애인체육의 꽃'이다. 휠체어를 씽씽 달리며 앉은 채로 '백발백중' 림을 가르고, 거친 몸싸움에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휠체어를 일으켜 질풍처럼 내달리는 '투혼' 플레이는 경이롭다. 대한민국은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금, 2023년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낸 '아시아 휠농 강국'이다. 그럼에도 현장은 여전히 외로운 '그들만의 리그'다. 올해 안병태 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 총재 부임후 11회째를 맞은 휠체어농구리그의 최우선 당면과제는 '관중 확대'다. 4일 잠실실내체육관, 개막전 관중석엔 1000여명의 응원단이 자리했다. 일성여중고에서 중·고교 과정을 이수 중인 40~80대 여성 만학도들이 운집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날도 개막전을 찾아 아들, 손자뻘 선수들을 향한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개막식에는 안병태 KWBL 총재와 홍덕호 문체부 장애인체육과장, 오제세 대한장애인농구협회장, 최욱철 한국휠체어농구연맹 명예총재 등 50여명의 내빈이 함께했다. 안 총재는 개회사에서 휠체어농구의 발전을 강조하며, 관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휠체어농구리그를 관람하고 선수를 응원하러 와주신 '개교 73주년' 일성여중고 학생, 교직원, 응원단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며 "이번 시즌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그보다 더 기대되는 건 선수들의 웃음, 관중들의 함성, 휠체어가 코트를 가를 때 나는 멋진 소리"라고 했다. 관중 유치를 바탕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종목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안 총재는 "관중 유치, 선수단 관리, 실업팀 창단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 휠체어농구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장애 인식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문체부 최성희 체육협력관의 축사를 대독한 홍덕호 장애인체육과장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출범한 휠체어농구리그는 종목별 리그제의 대표 모델이다. 문체부는 앞으로도 장애인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이 리그가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펼치고 팬들과 감동을 나누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열정과 농구공,그리고 1000명의 환호성'..."관중 없는 스포츠는 없…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열정과 농구공,그리고 1000명의 환호성'..."관중 없는 스포츠는 없…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개막전부터 '숙명의 라이벌' 코웨이블루휠스와 춘천타이거즈가 격돌했다. 코웨이는 2022년 우승, 2023년 준우승, 지난 시즌 우승한 휠체어농구리그 강호다. 춘천은 2019년 창단 후 2020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해 두 차례 3위, 한 차례 준우승, 2023년엔 '1강' 코웨이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첫 경기부터 치열했다. 코트를 가르는 휠체어 소리, 충돌을 불사하는 열띤 수비와 터프하게 골밑을 노리는 공격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노룩 패스, 휠체어 바퀴를 활용한 견제와 페이크 모션이 박진감을 더했다. 코트를 휘젓는 마찰음과 함께 바퀴의 속도를 조절해 상대를 뚫어내는 모습은 '유로스텝'을 떠올리게 했다.

시즌 첫 경기, '디펜딩 챔프' 코웨이가 먼저 웃었다. 김상열(21득점)과 오동석(15득점)이 활약한 코웨이가 62대52로 승리했다.


'열정과 농구공,그리고 1000명의 환호성'..."관중 없는 스포츠는 없…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열정과 농구공,그리고 1000명의 환호성'..."관중 없는 스포츠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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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내 팬들의 응원은 대단했다. 한국휠체어농구연맹이 관중 유치에 힘쓰는 이유를 보여줬다. 코웨이, 춘천을 가리지 않고 슈팅이 림을 통과해 그물이 출렁일 때면 관중석에선 함성이 쏟아졌다. 공이 림 위에서 빙글 돌아 떨어질 때면 선수보다 큰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었다. 거친 몸싸움으로 쓰러지는 장면에선 응원 데시벨이 더 높아졌다. 일성여중 1학년 박미경씨(64)는 첫 관람이지만 휠체어농구의 매력을 제대로 즐겼다. 그는 "평생 처음 관람한다. 너무 재밌고, 흥분된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뛴다"면서 "응원도 하고, 이벤트도 하고, 이런 획기적인 경험을 해 너무 좋다"며 웃었다.

한국휠체어농구연맹은 관중의 함성소리가 더 커지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휠체어농구리그는 중계도 '자체 제작' 유튜브 송출이 전부였지만 올해부터 저변 확대와 대중 접근성 강화를 위해 MAXPORTS 채널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리그 경기를 녹화 방영할 예정이다. 리그를 향한 관심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다. 김항묵 한국휠체어농구연맹 총무홍보팀장은 "휠체어농구에서 관중은 가장 큰 고민이다. 우리들만의 축제보다,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휠체어 농구인들도 더 많은 팬들의 '직관'을 열망하고 있다. 구단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코웨이는 2022년 창단 이후 매년 비시즌이면 교육청 등과 연계해 휠체어농구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장애-비장애학생 모두의 운동회' 서울림운동회의 든든한 파트너로 체육시간 진행하는 휠체어농구 수업의 호응도 뜨겁다. 7월 19일엔 코웨이배 청소년 휠체어농구 대회도 준비중이다. 김영무 코웨이블루휠스 감독은 "썰렁한 관중석보다 이렇게 와서 응원해 주는 것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휠체어농구는 장애인스포츠 중에서도 직관을 통해 같이 빠져들어 응원 열기에 동참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종목이다.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경기가 열리니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한 번씩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휠체어농구연맹이 주최하는 KWBL 휠체어농구리그는 12월 4일 챔피언결정전까지 6개월의 여정이 이어진다. 고양홀트, 대구광역시청, 무궁화전자, 제주특별자치도, 춘천타이거즈, 코웨이블루휠스 등 총 6개 구단이 참가해, 3라운드-풀리그 방식의 정규리그가 전국 7개 체육관(잠실실내, 서수원칠보, 고양홀트, 제주한라, 대구시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열린 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코웨이가 6일까지 진행된 1라운드에서 춘천에 이어 대구를 85대59, 무궁화를 92대38로 잇달아 꺾으며 파죽의 3연승으로 연속 우승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개막전, 코웨이에 패한 춘천은 이후 무궁화를 86대52, 제주를 73대71로 물리치고 2연승을 달렸다. 에이스 김동현이 빠진 제주는 대구를 75대46, 고양을 85대59로 꺾고 3연승을 노렸지만 춘천에 막혔다. 고양은 무궁화, 제주, 대구에 3연패하며 6위에 머물렀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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